[전망 2014년]②시계추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장의 기대수준보다 우리의 스탠스가 좀 더 낮다

2013-12-27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본부장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본부장 estrategy@etrade.likechuangye.wang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원 jh.shin@etrade.likechuangye.wang
최광혁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원 kh.choi@etrade.likechuangye.wang

 우리 증시는 10년 단위로 큰 변화가 있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리듬이 있다(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 does rhyme)”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경제의 역사도 그 자체가 동일하진 않지만 반복적인 흐름을 유지해 왔다. 호경기와 불경기가 이러한 역사의 리듬을 타며 서로 반복한다.

따라서 기업가든, 주식 투자자이든 길게 보면 불경기에 투자하고 호황기에 투자열매를 수확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경기와 주가 사이클만 놓고 보면 지금은 누구나 낙관론자일 것이다. 글로벌 경기는 이제 바닥을 지나고 있고 후퇴보다는 성장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기와 속도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는 아직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누구도 명쾌한 답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불황기를 벗어난 것은 분명한데, 그렇다고 호황기로 바로 가기도 쉽지 않다. 불길한 징조를 암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기대수준보다 우리의 스탠스가 좀 더 낮다는 것이다. 주가는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선 이후 대세상승을 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조정을 겪는다. 기업 실적의 호전 속도보다 주가 상승 속도가 빠른 경우 그 갭을 메우기 위한 조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판단의 기준은 앞서가는 주가와 실적과의 저울질에 있다. 백화점 세일기간이 끝나면 제품의 가격은 원래대로 올라간다. 아직은 세일 품목도 있고, 이미 정상가로 회복된 상품도 있다. 2014년의 투자성과는 아직 정상가(미래가치)보다 20%내지 30% 싼 세일 품목을 골라내는 데에 있다.

2014년 한국 증시에 대한 8가지 의견
‘시계추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4년 전망이다. 이제 그 하나하나를 살펴보자.

1. 남은 2013년의 단기 Market Driver는 외국인이고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 추이가 중요하다. 원/달러 환율 추이를 보더라도 외국인이 1050원 미만에서 강하게 사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외국인의 주식비중 확대가 주춤해질 때 KOSPI도 기간적으로 좀 쉬어가는 시기에 들어설 것이다. 당장은 3분기 실적시즌도 부진하고 미국의 소비시즌 기대도 낮아지고 있다. PER정상화로 나아갈 모멘텀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은 앞서간 주가보다 뒤쳐진 실적과 경기를 주시해야 한다.

2. G3, 불균형이 다시 심화되는 구조가 아니다. 한국증시의 Positive Loop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한 경상수지 불균형 폭 확대→교역증가→한국 호황형 흑자(수출+수입 동시 증가)→한국 경제성장→KOSPI상승’이다. 열쇠는 누군가의 희생에서의 ‘누군가’에게 있다. 1980년대에는 일본이, 1990년대 이후로는 미국이 ‘누군가’였다. 이제는 글로벌 불균형 관련 무역대상국간의 달라진 환경을 감안해야 한다. 플라자합의, 역플라자합의와 같은 미국이 ‘누군가’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 독일은 유로존의 중심국이고, 일본은 미국이 살려내야 하고, 중국은 자신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3. 경제는 올해보다 내년이 낫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처럼 2014년 글로벌 경기성장이 가속화되는 시나리오는 채택하지 않고 있다. 세 가지 불확실성 때문이다. 첫째, 미국 테이퍼링 시기다. 미국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종료’다. 테이퍼링이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계속 연장될 수 있다는 예상, 그 자체가 불확실성이고 위험이다. 둘째, 중국의 정책 방향이다.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인 중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어야 한다. 정책 방향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3월 전인대가 지나야 한다. 셋째, 유럽 은행의 안전판 확보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회계장부를 아무리 예쁘게 포장한들 부채는 없어지지 않는다. 유로존 국가들의 은행연합 논의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

2014년 Target KOSPI 2260포인트
4. ‘EPS성장이 아닌 PER정상화로 인한 상승’, 우리가 보는 2014년의 KOSPI다. 주가=EPS*PER의 공식에서 주가상승은 PER이 확장되거나 EPS상승이 뒤따를 때 가능하다. 2014년 EPS성장을 기대하지 않는다. 1990년 이후 Earnings Level-Up은 항상 매출 고성장 이후에나 가능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 2014년 컨센서스는 가파른 이익성장(19%)을 전제하지만 매출(4%)은 기저성장에 불과하다. 둘 중 하나가 빗나간다면 매출보다 이익일 확률이 높다. 이익률이 하락해도 투자/이익 비중이 높아지면 PER은 상승한다. 그러나 2014년의 투자가 글로벌 성장기였던 2000년대와는 다르다. PER 정상화이지 재평가로 보지 않는 이유다.

5. ‘이익은 성장인데, 매출은 정체’라는 컨센서스는 수정될 것이다. 글로벌 교역량의 성장 없이는 국내기업들의 매출성장도, 이익률의 가파른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IMF의 글로벌 교역량증가율 전망치는 2013~18년 평균 6%다. 2000년대 8.2%나 1990년대 7%보다 둔화된 수준이다. 결국 2000년대 고성장기의 영업이익률 수준을 산정한 현재의 컨센서스는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이익률의 장기 평균수준인 6% 중반을 가정하는 것이 2014년 이익을 바라볼 때 합리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3년간 영업이익 증가율은 4% 수준, 내년 영업이익은 160조원이 아닌 126조원 수준에 눈높이가 맞춰진다. 2014년 영업이익성장은 컨센서스인 20%대비 상당히 둔화된 4.3% 수준이 적절하다. 2014년의 초점은 이익성장이 아닌 이익안정화에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6. 투자가 늘어나야 PER이 올라가는 구조라면 투자의 잣대는 실질금리다. 2013년 3분기 이후 글로벌 증시가 올라선 것은 바로 금리에 있다. 투자자들이 금리변화에서 경기순환을 읽어냈기 때문이다. 투자자금이 자기자본이든, 타인자본이든 금리는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금리보다 투자수익률이 높으면 당연히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금리가 올라서도 투자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경기정상화에 따른 통화정책 변화가 시작될 때 금리가 더 올라서고 PER 상승이 뒤따를 수 있다.

7. 2014년 상반기에는 박스권 흐름이, 하반기에는 방향성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는 이에 대한 대비로 밸런스(Balancing)과 트렌드(Trend)라는 두 단어로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섹터 밸런스의 가늠자는 미국 실질금리다. 실질금리의 하향안정화가 예상되는 상반기에는 소비재(IT, 경기민감)와 방어재(헬스케어, 필수소비, 통신, 유틸리티) 비중을 높일 것을 권고한다. 투자재(에너지/소재, 산업재, 금융)에 대한 비중은 미국 정치 불확실성이 마무리된 후 중국 3월 전인대 전후가 적절하다. 특히 정부정책으로 트렌드 형성에 유리한 콘셉트를 중심으로 투자재를 가져갈 것을 권고한다. 글로벌 트렌드인 도시화, 노령화, 친환경, 효율화에 맞춰 신재생에너지, 그린카, 헬스케어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8. 2014년 KOSPI의 상하단 밴드로 1870~2260포인트를 제시한다. 두 가지 접근법을 적용했다. 먼저 배당할인 모형이다. ‘ROE 11%, 자본비용 10%, 성장률 5%’를 적용해 도출된 적정 PBR은 1~1.2배로, 이를 KOSPI로 환산하면 1879~2255포인트가 된다.

또 하나는 신흥시장/선진시장 대비 할인률을 활용이다. 1990년 이후 상대가치 모형에 의거 EM대비 평균 수준 회복은 2145포인트, DM대비 평균 수준 회복은 2345포인트다. 한국은 EM과 DM의 중간영역임을 감안하여 두 시장간 할인율의 평균을 대입하면 도출된 KOSPI 상단 목표치는 2245포인트(9.6배 수준)다.

낮은 위험으로부터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은 가장 위험할 때’라고 말하는 시기에 발생한다. 반대로 ‘지금이야말로 투자의 적기’라고 환호하는 시기는 대부분 위험만 높고 기대수익은 낮은 위험한 시기다. 바로 지금 KOSPI는 어디에 있을까?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다. 2014년 연초 장미빛 전망의 희망적 기대가 좀 더 진정된 뒤의 KOSPI를 더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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