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2014년]⑦공조는 끝났다…이제 각개전투

2013-12-29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본부장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본부장 estrategy@etrade.likechuangye.wang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원 jh.shin@etrade.likechuangye.wang
최광혁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원 kh.choi@etrade.likechuangye.wang

미국만 ‘돈의 논리’로 경기를 부양한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은 양적완화를 통해 자국의 경기침체를 방어했고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다. 2009년부터 본격화된 G20 정상회의의 글로벌공조 역시 양적완화를 글로벌화 시키는 변화였다. 금융위기에 따른 빠른 양적완화 정책은 자산가격의 상승을 가져왔고, 이는 소비 성장과 기업 생산의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 단 모든 국가의 변화 속도와 문제해결 과정이 같을 수는 없다.

미국만 보더라도 절반의 성공이다. ‘민간소비→기업투자 증가→고용증가‘로 이어지는 민간의 자생적인 선순환 고리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특히 늘어난 유동성을 부작용 없이 흡수할 방법에 대해서 이제 논의가 시작된다. 유럽은 부채와 재정, 신용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회복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제 간신히 신용위험을 막아내면서 경기회복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두 국가와는 또 다르다. 중국은 신용위험보다는 경기침체에 집중했고 막대한 유동성 정책을 통해 경기를 성장으로 돌렸다. 중국의 고민은 위기의 극복이 아니라 앞으로 닥칠 위기를 어떻게 피해 갈 것인가다. 3월 전인대에서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중국은 수출 주도형 성장에서 안정적인 장으로의 개혁을 시작했다. 더 이상 2009년과 같은 양적인 부양책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정치의 문제가 대두된다. 2014년은 그 어느 때보다 정책이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이제 글로벌 공조로 다 같이 돈을 풀어서 위기부터 막고 보자는 시대는 끝났다. 어떻게 하면 상황에 맞게 자국 경기를 성장궤도에 들어서게 하느냐의 고민인 것이다.

글로벌 경기 성장을 예상한 자발적인 기업투자나 애니멀 스피릿의 발현을 기다린다는 것은 조금은 무책임한 대응이다. 결국 해결점은 금융위기와 오버랩 되는 재정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2014년은 성장의 원점이라기보다는 정책의 새로운 전환기로 보는 것이 맞다.

Again, It’s the Politics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로 진행된 각국의 유동성 공급 정책은 유효했다. 신용경색을 G20 차원의 글로벌 공조를 통해 해결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했던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유동성 공급정책의 효과는 경기의 하방 위험 제한이다. 정책적인 지원이나 기업 투자가 배제된 상황에서 유동성의 힘이 경기를 성장시킬 수는 없다. 풀린 유동성은 자산가격 상승으로 연결되었고 자산효과로 소비가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자산가격 상승과 소비확대는 엄연히 다르다.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무조건 소비가 확대되고 기업이 투자한다는 논리는 모든 것이 가정에서 출발하는 경제학 이론에서나 가능하다. 경기를 성장시키는 것은 유동성을 얼마나 빠르게 회전시킬 수 있느냐에 기인한다. 유동성의 회전 속도를 높이기 위한 트리거는 바로 재정정책이다.
회복 기간을 거쳐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성장의 밑거름이 될 정책이다. 2014년 각 국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중요하다. ‘미국의 과학기술’과 ‘중국의 도시화’의 진로가 글로벌 성장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버냉키의 파티가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될 지도 2014년 증시를 읽어내는 열쇠 중의 하나다.

자본은 넉넉하지만 투자가 활발하지 못하다. 기존 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이고 새로운 산업의 부상도 아직 희망일 뿐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에서 투자 사이클의 도래를, 유로존의 은행 연합 진전여부에서 독일의 태도 변화를, 중국의 개혁 정책에서 새로운 성장 산업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2014년 정책의 변곡점은 중국에서 시작
2014년 정책 모멘텀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계획경제 국가다. 이는 곧 중국경제는 100% 정책목표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경제 방향 예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5개년 계획이고, 이의 진행 정도는 경제공작회의와 전인대에서 파악해야 한다. 3중전회는 중전회 중에서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로 향후 5개년간의 중국 경제정책을 읽어낼 수 있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12월 경제공작회의나 3월 전인대를 통해 확인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이슈의 줄기는 3중전회에서 읽어내야 한다.

중국의 중요한 개혁 시점에는 항상 3중전회가 있었다. 1978년 11기 회의에서 덩샤오핑은 전면적인 개혁개방 의지를 밝혔고 1993년 장쩌민은 14기를 통해 시장경제제도를 확대시켰다. 1998년 주룽치는 15기에서 정부조직 통폐합과 국영기업 조정 및 금융 개방을 주요 목표로 잡았다. 특히 후진타오의 2003년 16기 3중전회는 이후 글로벌 증시 활황의 신호탄이었다. 후진타오는 균형개발정책과 경기부양 확대를 목표로 제시하면서 중국의 급격한 발전을 이루어냈다.

그렇다면 2014년 3중전회의 모습은 어떠할까? 중국의 5개년 계획(2011~2015년)은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의 전환이고 정책의 목표는 민생, 환경, 혁신이다. 이번 3중전회에서는 산업화에 따른 중국 기업구조조정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 빈부 격차의 해소가 주요한 방향으로 제시될 것이다.

산업의 효율화와 신산업 창조라는 관점에서 2011년에서 2015년의 7% 성장은 목표는 낮은 수치가 아니다. 2014년의 계획도 7~7.5% 수준의 목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1990년 이후 5개년 목표와 연간 목표를 비교해 보면 5개년 목표를 달성하는 수준에서 1% 이상의 격차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중국 경제에 있어서는 7상8하의 성장을 전제로 새로운 변화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중국의 경제정책 방향의 큰 목표는 질적 성장이고 세부적으로는 세 가지 부문(소득격차 해소, 산업 구조조정, 신성장동력 확보)의 변화를 추구한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었고, 이는 노동생산성에 기반한 제조업 위주의 수출 주도형 성장으로 발전해 왔다. 2000년대에는 성공적이었지만 저금은 다르다. 즉 부의 지역간, 계층간 불균형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12차 5개년 계획부터 ‘내수’중심의 정책을 제시했다. 15억이라는 인구가 모두 정상적인 성장에 맞춰 소비를 하면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신도시화 정책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이다. 산업화로 인한 무분별한 도시화가 아닌 환경과 인간 중심의 도시화를 제시한 것이다. 도시를 통해 성장을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두 가지 큰 변화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하나는 호구제의 폐지를 통한 농민공의 신도시 유입이고, 또 하나는 환경을 고려한 산업 육성이다. 굴뚝 산업을 재조정해서 효율성을 강화시키고 굴뚝산업에서 소비 및 첨단 산업으로의 구조전환을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의 신환경에너지 정책도 이런 정책적 변화의 부산물이다.

미국 경제, 금융정책의 한계점에 도달
2014년 미국 연준의 스탠스도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당장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연기가 미국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관성으로 머니게임의 연장을 기대하는 이도 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투자→고용→소비→투자’로 이어지는 민간의 자생적 정상화다. 테이퍼링이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계속 연장될 수 있다는 예상, 그 자체가 불확실성이고 위험이다.

더욱이 FED의 양적완화 정책은 이제 정책의 한계에 도달했다. M2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유통속도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돈의 힘을 빌린 자산가격의 상승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의 회복을 이끌었지만 더 이상 돈의 힘으로 경기를 올리기에는 힘이 부친다. 더 이상의 스테로이드 주사(QE)는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3년 6월 이후 불거진 연준의 테이퍼링 논의의 시작은 당연한 것이다. 시장에는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어 있고, 이제부터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유동성의 회전이지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4년의 연준은 긴축으로 나아갈 것이다. 굳이 매파멤버의 확대를 언급할 필요는 없다. 연준의원의 매파 혹은 비둘기파적인 성향은 연준 의원들이 판단하는 경기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경기가 개선되어 유동성이 필요 없다는 판단이 선다면 언제든지 비둘기파도 매파로 돌아설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자넷 엘런이 인용한 공식을 통해 도출된 기준금리 공식인 ‘엘런룰’을 보자. 엘런룰은 ‘기준금리=13+(1.5x물가상승률)-(2x실업률)’로 표현된다. 이후 전망치의 예상 변동폭을 보면 엘런의 행보가 비둘기로만 일관하지 알을 수도 있는 것이다. 엘런룰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는 (-)기준금리가 필요한 구간이었다. 기준금리가 0인 상황에서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대한 옹호가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를 기점으로 실업률이 추세대로 하락한다면 기준금리는 2014년 5월 2% 수준까지 상승해야 한다. 물론 이런 변화는 타 경제지표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앨런의 비둘기파적 스탠스는 상수가 아닌 변수인 것이다.

지금 미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재정정책이다. 기업의 투자증가와 소비 증진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인 것이다. 하지만 정책전환에 있어서 제약이 존재한다. 바로 정부의 재정지출 여력 부족이다. 연방정부의 부채증가 속도는 2009년 4월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늦어진 부채증가 속도에도 부채한도에 도달하는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재정 지출 역시 만만치 않다. 연방정부의 수입 증가율이 (-)로 돌아선 상황에서 재정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출을 더욱 빠르게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의 소비 및 투자는 2010년 7월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 예산안 문제는 1월 재부각될 것이고 공화당은 2014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부 지출 감축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정부가 추가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은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정부 지출로 어렵다면 가능한 방법은 기업이 투자를 늘리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정책 변화의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과정에서 정책적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수는 없다.

변화는 보다 천천히 나타날 것이고 그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시기는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는 10월 전후로 예상하고 있다. 그때까지 기업도 적극적인 대응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민간의 자생적 정상화는 좋은 변화이고 바라는 변화이지 당장 드러날 수 있는 변화는 아니다.

유로존 위험의 중심에 있는 은행
유로존 리스크 가운데 재정위기는 59로 상당부분 감소했지만 은행위기는 여전히 89로 위험수준에 머물러 있다. 취약해진 유로존 은행에 대한 안전판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회계장부를 아무리 예쁘게 포장한들 부채는 없어지지 않는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부채보다 가파른 경제 성장이 나오거나 손실 처리를 하고 자본을 쌓으면 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가능성 모두 불가능하다.

유로존 국가들의 은행연합 논의는 재정위기의 재발 방지와 은행위기의 점화 가능성을 미연에 예방하고자 함이다. 2014년은 EU 국가들간 은행연합 협의를 진행시켜 나가기에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2014년 정치 공동체적 성격을 띤 EU가 합의의 틀을 만들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면 유럽은 성장에 정책을 집중시킬 수 있다. 적어도 유럽이 성장할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2014년 말이나 가능한 것이다. 적극적인 독일의 태도변화가 확인된다면 독일의 희생에 힘입어 유로존 경기는 보다 신속하게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유로존이 다시 위기로 치달을 확률은 현저히 낮아졌지만 유럽은 2014년도 어려운 한해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성장 기여보다는 더 이상 하방 위험은 아니라는 요인이 됐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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