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부인의 덕성과 용모와 말씨와 솜씨가 아니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20강 부행편(婦行篇)…덕행을 갖춘 여성이 되라②

2019-12-23     한정주 기자

[한정주=역사평론가] 婦德者(부덕자)는 不必才名絶異(불필재명절이)요, 婦容者(부용자)는 不必顔色美麗(불필안색미려)요, 婦言者(부언자)는 不必辯口利詞(불필변구리사)요, 婦工者(부공자)는 不必技巧過人也(불필기교과인야)니라.

(부인의 덕성은 반드시 남다른 재주로 명성이 뛰어난 것을 말하지 않는다. 부인의 용모는 반드시 얼굴이 아름다운 것을 뜻하지 않는다. 부인의 말씨는 반드시 입담이 좋아서 말재주가 있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부인의 솜씨는 반드시 손재주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것을 뜻하지 않는다.)

이 문장 역시 앞 문장에 뒤이어 『여계』 제4장 ‘부행장’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다. 특히 반소는 여기에서 남자아이만 가르치는 당대 사대부 집안의 잘못된 풍속을 강하게 질책하며 비판했다.

반소는 이렇게 말한다. “남자아이만 가르치고 여자아이를 가르치지 않는 것은 가르침의 도리를 허물어뜨리는 일이다.”

그러면서 『예기』에 기록되어 있는 남자아이가 해야 할 일에 비교해 여자아이도 8세가 되면 글을 가르치고 15세에 되면 학문에 뜻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대의 관습과 풍속의 관점에서 볼 때 반소의 주장은 매우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주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집안 환경과 아버지 그리고 오빠들의 가르침 아래에서 차별받지 않고 글을 배우고 학문을 익혔던 반소에게 이러한 주장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자 권리였다.

큰오빠 반고의 죽음 이후 역사적인 대(大) 작업인 『한서』를 완성할 수 있었던 반소의 높은 학식과 뛰어난 재능은 어렸을 때부터 글을 배우고 학문을 익히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반소가 남긴 아래와 같은 말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교육에서의 남녀 차별에 큰 문제의식과 비판의식을 갖고 있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배우지 않게 되면 예의와 도리를 알지 못한다. 예의와 도리를 알지 못하면 무엇이 잘한 일이고 무엇이 잘못한 일인지조차 분별할 수 없다. 이로 말미암아 스스로 무지하고 난폭하게 되어서 자신의 잘못으로 재앙이 미쳐도 그 욕됨과 위태로움을 알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사람은 모두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어찌 배움에 남자와 여자의 차별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까닭에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여성의 네 가지 명예로운 덕목’은 교육에서의 남녀 차별을 폐지하려고 했던 반소의 철학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그 참뜻을 새기면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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