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출신 CEO 28.4%…2019년부터 30% 미만 감소세
유니코써치, 1000대 기업 CEO 출신대·전공 분석…서울대 경영학 1위
재계에 탈학벌 바람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000대 기업 중 명문대로 지칭되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최고경영자(CEO) 비율이 작년보다 더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CEO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서울대 출신 비중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글로벌 헤드헌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상장사 매출 기준 1000대 기업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SKY 출신 CEO는 1439명이었다.
이중 서울대 출신이 203명(14.1%)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고려대 110명(7.6%), 연세대 96명(6.7%) 순이었다.
다만 통상적으로 서울대 출신 CEO가 고려대와 연세대 출신을 합한 수보다 더 많은 ‘S>K+Y’ 공식이 올해 조사에서 깨졌다. 서울대 출신 CEO가 점차 줄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1000대 기업 서울대 출신 CEO 비중은 2019년 15.2%에서 작년에는 14.9%로 낮아졌다. 올해는 14.1%로 작년 대비 0.8%포인트 더 하락했다.
올해 200명이 넘는 서울대 출신 경영자 중에서는 1964년생이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 한승환 사장(정치학), KT 구현모 사장(산업공학), CJ ENM 강호성 대표이사(법학), 한진 류경표 대표이사(경영학), 롯데정밀화학 정경문 대표이사(화학),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이사(경제학), 하림 박길연 대표이사(축산학) 등은 올해 58세로 동갑내기이면서 서울대를 나온 동문이었다.
서울대 출신 중 좌장격은 1934년생 대림통상 고은희 회장이었다. 최연소는 1980년생 펄어비스 정경인 대표이사(재료공학)와 컴투스 이주환 대표이사(경제학)였다.
고려대 출신 중에서는 1963년생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중 한국금융지주 김남구 회장을 비롯해 SK하이닉스 박정호 부회장, 아시아나항공 정성권 대표이사 등은 동갑내기이면서 경영학도 출신이었다. 이외에 삼성화재 최영무 사장(생명공학), CJ씨푸드 이인덕 대표이사(축산학), 유진증권 유창수 부회장(사회학) 등도 올해 59세 고려대 출신 최고경영자들이었다.
연세대도 서울대와 동일하게 1964년생 CEO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생명 전영묵 사장과 대우건설 정항기 대표이사는 같은 경영학과를 나왔다. 매일유업 김선희 대표이사(불어불문학), 진에어 최정호 대표이사(응용통계학), LX인터내셔널 윤춘성 대표이사(지질학) 등은 1964년생이면서 연세대 동문이었다.
1000대 기업 SKY 출신 CEO는 28.4%(409명)로 작년 29.3%보다 0.9%포인트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 2011년 41.7%와 비교하면 10년 새 비중이 13.3%포인트 줄었다. 지난 2007년 59.7%와 비교하면 31.3%포인트 넘게 감소했다. 과거 재계에서 10명 중 6명꼴이었던 비중이 지금은 3명도 채 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지난 2008년 이후 40%대를 유지해오던 SKY 출신 최고경영자는 2013년 39.5%로 처음 30%대로 낮아졌다. 이후 2019년에는 29.4%로 30%대 밑으로 떨어져 지금까지 30%대 미만을 유지해오고 있다.
연령대별 1000대 기업 CEO는 1960~1963년 태어난 1960년대 초반생이 24.5%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57~1959년 출생한 1950년대 후반생 비율이 16.3%로 나타났다. 1964~1966년 태어난 1960년대 중반층은 13.3% 수준을 보였다.
이와 달리 1967~1969년생은 8.8%, 1970~1973년생은 7.9% 비중을 보였다. 이외 1980년 이후 태어난 MZ세대 CEO도 29명으로 2% 수준이었다.
최연소 대표이사는 경농 이용진 대표이사, 금호에이치티 김두인 대표이사, 신영와코루 이성원 사장, 자화전자 김찬용 사장으로 모두 1985년생이었다.
SKY 출신 다음으로는 한양대(77명), 성균관대(47명), 부산대(37명), 중앙대(35명), 서강대(33명), 한국외국어대(31명), 경북대(26명), 경희대(25명), 영남대(23명), 건국대(20명) 순으로 20명 이상 CEO를 다수 배출시킨 대학군에 이름이 올랐다.
서울·경기권을 제외한 지방대 중에서는 부산대가 가장 많은 CEO를 배출한 가운데 경북대와 영남대도 20명 이상의 CEO를 배출하며 지방 CEO 명문대의 위상을 보여줬다. 이외 지방대 중에서는 동아대(15명), 전남대(10명), 경남대·충북대(각 8명), 전북대(7명) 순으로 CEO가 비교적 많이 나왔다.
전공별로는 이공계 출신 비율이 작년(46.4%)과 비슷한 46.5%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1년 43.9%, 2012년 44.4%, 2013년 45.3%, 2019년 51.6%로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작년과 올해에 50%대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여전히 국내 최고경영자 중에서 경영·경제학도 등 상경계열 전공자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학부 전공까지 파악 가능한 CEO (919명 중 경영학도 출신은 22.3%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학도 7.4% 순으로 높았다. 두 전공자 숫자만 해도 30%에 육박했다.
특히 경영학도 중에서 SKY 3곳의 경영학과 출신 CEO는 모두 98명(6.8%)으로 집계됐다. 이중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 36명으로 가장 많아 CEO 최고 요람지의 아성을 지켜냈다. 이어 고려대 경영학·연세대 경영학이 각 31명으로 대등한 수준을 보였다. 3개 대학 경영학과 간 최고경영자 숫자 편차가 크지 않아 향후에도 CEO 최고 요람지를 놓고 치열한 자존심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학과·경제학과에 이어 이른바 전화기(전자·화학·기계공학) 학과로 통하는 전자공학(6.2%), 화학공학(6.5%), 기계공학(7.4%) 전공자도 20%를 넘어섰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 농심 신동원 회장은 고려대 화학공학, 현대모비스 조성환 사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과거에는 인재를 평가할 수 있는 자료 등이 많지 않다 보니 출신 학교와 같은 스펙 등을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산업계는 융합이 대세로 자리매김하다 보니 단순히 출신 학교라는 1차원적 기준보다는 무엇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