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괴물’과 싸워야 할 인간의 숙명

[고전 인생수업]⑲ 허먼 멜빌 『모비 딕』…누구나 마음속 ‘괴물’과 싸운다Ⅳ

2024-01-29     한정주 고전연구가
허먼
[한정주=고전연구가] 에이해브 선장이 지휘하는 포경선 ‘피쿼드’호는 모비 딕의 행방을 추적해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의 고래 어장을 남김없이 순회한다. 이슈메일의 눈에 에이해브 선장이 “적절한 때와 장소에서 자신의 원수를 좀 더 확실히 죽이기 위해 바다 한구석에 몰아넣은 것처럼” 보이던 바로 그때 마침내 ‘피쿼드’호는 일본열도 앞바다에서 운명처럼 “눈 덮인 산처럼 하얀 혹”의 모비딕과 조우하게 된다. 모비 딕은 이미 수많은 포경선의 고래잡이들과 사투를 벌인 흔적을 온몸에 새기고 있었다. 거대하고 끔찍한 바다 괴물의 모습을 한 모비 딕의 등에는 마치 거대한 상선의 선체에서 솟아오른 깃대처럼 기다란 창이 자루가 부러진 채 꽂혀 있었다. 모비 딕은 자신의 몸에 작살을 꽂은 사냥꾼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다. 모비 딕은 “악마처럼 냉담하고 무차별적으로 사냥꾼들을 잡아 찢어” 죽였다. 모비 딕을 발견한 에이해브 선장은 ‘피쿼드’호의 포경 보트 세 척을 모두 바다에 내린 후 누구보다 빨리 그곳에 올랐다. 사흘간에 걸친 사투 끝에 에이해브 선장은 마침내 모비 딕의 몸통에 작살을 던져 명중시켰다. 작살에 찔린 모비 딕은 거친 몸짓으로 바다를 헤치며 앞으로 달아났다. 모비 딕의 거대한 움직임에 작살의 밧줄은 “불이 붙은 것처럼 빠른 속도로 홈에서 미끄러져 나가다가” 엉클어져 버렸다. 에이해브 선장은 허리를 구부려 엉클어진 밧줄을 풀려고 했다. 다행히 엉킨 작살의 밧줄을 풀기는 했지만 밧줄의 고리가 허공을 날아와 에이해브 선장의 목을 감아 버렸다. 바로 그때 에이해브 선장은 아무 소리도 없이 포경 보트 밖으로 날아가 바다속으로 사라졌다. 포경 보트 속 선원들이 에이해브 선장이 사리진 사실을 미처 알아챌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음 순간 모비 딕의 거대한 몸부림과 잔인무도한 힘이 일으킨 “소용돌이가 동심원을 그리며 바다에 홀로 떠 있는 보트와 그 보트의 선원들, 물 위에 떠도는 노와 작살 등 생물과 무생물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그 안으로 끌어들여 뱅글뱅글 돌면서 ‘피쿼드’호의 작은 나뭇조각 하나까지도 남김없이” 바다속으로 삼켜버렸다. 이 아비규환의 지옥 속에서 『모비 딕』의 화자 이슈메일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영화 『백경』 속 에이해브 선장의 최후는 소설 『모비 딕』의 그것보다 훨씬 더 인상적이다. 모비 딕의 거대한 몸을 칭칭 감싸고 있는 작살의 엉킨 밧줄에 묶인 채 에이해브 선장은 바다속으로 들어갔다가 솟아오르고 다시 들어갔다가 솟아오르기를 반복한다. 죽은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혹은 살아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 에이해브 선장의 육신은 모비 딕의 거대한 몸짓과 함께 선원들의 시야에서 점점 달아나버린다. 에이해브 선장과 그가 지휘하는 포경선 ‘피쿼드’호, 그리고 고래잡이 선원들은 모두 모비 딕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당한다. 하지만 모비 딕은 끝내 인간에게 정복당하지 않는다. 에이해브 선장과 포경선 ‘피쿼드’호의 최후가 상징하는 것처럼 우리 마음 안의 괴물은 일단 만들어지면 완전히 몰아내거나 정복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자기 마음 안의 괴물을 몰아내거나 정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괴물에 맞서 싸워야 할까. 자기 마음속 괴물에게 굴복한다면 우리는 평생 이 ‘괴물의 노예’ 또는 ‘삶의 패배자’로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굴복하지 않는다면 이 괴물은 우리를 파괴할 수는 있어도 결코 자신의 노예로 삼을 수는 없다. 또한 우리를 삶의 패배자로 몰아넣을 수도 없다. 우리는 자기 마음 안 괴물에 맞서 싸우는 그 순간만큼은 자기 삶의 주인이자 승리자이기 때문이다.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에 기록한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에이해브 선장은 마지막 순간 모비 딕에게 파괴되지만 결코 패배하지 않는 최후를 맞이한다. 그것은 자신이 파괴되거나 산산조각으로 부서질 줄 알면서도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마음 안의 괴물과의 싸움을 결코 멈출 수 없는 인간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삶의 십자가이다. “빌어먹을 고래여, 나는 너한테 묶여서도 여전히 너를 추적하면서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겠다.”(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모비 딕』, 작가정신, 2011, p681) <끝>
카지노 바카라 사이트 온라인바카라 온라인바카라 바카라 카지노 유럽 룰렛 바카라사이트 바카라사이트 스포츠 베팅 게임 더 하우스 카지노 바카라사이트 독일 카지노 카지노 룰렛 바카라사이트 미니 바카라 바카라사이트 슬롯 도박 바카라사이트 바카라사이트 축구 도박 사이트 바카라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