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대 기업, 대만 100대 기업에 시총·영업이익 역전
CEO스코어, 한국 기업 영업이익 10년 새 19%↓…대만 기업 137%↑
한국 시총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지난 10년 새 19%가량 줄어든 반면 대만 시총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137%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국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89% 정도 늘어났지만 대만 100대 기업은 무려 200% 넘게 늘었다. 지난 10년 새 대만 100대 기업이 비상하는 동안 국내 시총 100대 기업은 게걸음 성장에 그친 셈이다.
그 결과 작년 말 기준 한국 100대 기업은 대만 100대 기업보다 영업이익에서 14조원가량, 시총에서는 무려 84조원이나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한국과 대만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과 실적 추이 등을 조사한 결과 10년 새 한국 100대 기업은 대만 100대 기업에 시총과 영업이익에서 역전을 당했다.
한국 100대 기업 영업이익은 2013년 88조1953원에서 2023년 71조6491억원으로 18.8% 쪼그라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만 100대 기업 영업이익은 36조3947억원에서 86조960억원으로 136.6%나 늘어났다.
또한 2013년 말 828조6898억원이던 한국 100대 기업 시가총액은 2023년 말 1565조4222억원으로 88.9% 늘어났지만 대만 100대 기업 시총은 540조9574억원에서 1649조8700억원으로 무려 205%나 급증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양국의 IT전기전자 업체들이다. 지난해 한국은 시총 100대 기업 중 IT전기전자 업체 15곳이 6조70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대만은 IT전기전자 업체 61곳이 무려 69조19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대만의 성장을 견인했다.
매출액에서도 한국의 시총 100대 기업은 지난 10년 새 1334조3724억원에서 1607조3577억원으로 272조9853억원(20.5%) 증가했지만 대만은 681조6858억원에서 1111조1904억원으로 429조5046억원(63.0%)이나 늘어남으로써 증가폭에서 한국 100대 기업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 한국과 대만의 100대 기업 중 시총이 가장 높은 업종은 IT전기전자였다. 한국 IT전기전자 기업 15곳의 시가총액은 766조1971억원으로 100대 기업 내 48.9%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대만은 IT전기전자 기업 61곳이 1276조6667억원을 기록해 100대 기업 내 비중이 77.4%에 달했다.
IT전기전자 업종의 지난 2013년 대비 시총 증가액은 한국 498조9040억원(186.7%), 대만 1009조9243억원(378.6%)이다. 지난 2013년의 경우 100대 기업 내 포함된 IT전기전자 기업은 한국 9곳, 대만 41곳이었다.
IT전기전자 기업의 매출액은 한국이 350조8997억원에서 487조9960억원으로 137조963억원(39.1%) 늘어났지만 대만은 437조9051억원에서 789조8574억원으로 351조9523억원(80.4%)이나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한국이 43조4569억원에서 6조704억원으로 37조3865억원(86.0%) 쪼그라든 반면 대만은 20조8388억원에서 69조197억원으로 무려 48조1809억원(231.2%)이나 급증했고 영업이익 총액 면에서도 한국을 앞질렀다.
양국 IT전기전자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의 지난해 말 시총은 각각 468조6279억원과 645조5566억원으로 TSMC가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이들 기업이 각국 100대 기업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각각 29.9%와 39.1%로 대만 내 TSMC의 비중이 한국 내 삼성전자보다 9.2%포인트나 높았다.
2013년 대비 2023년 시총은 삼성전자가 202조947억원에서 266조5332억원(131.9%)이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TSMC는 96조1509억원에서 무려 549조4057억원(571.4%)이나 급증했다.
매출액은 삼성전자가 228조6927억원에서 258조9355억원으로 30조2428억원(13.2%) 늘어날 때 TSMC는 22조183억원에서 90조6200억원으로 68조6017억원(311.6%) 늘었다.
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36조7850억원에서 6조5670억원으로 30조2180억원(82.1%) 급감했을 때 TSMC는 7조7238억원에서 38조6278억원으로 30조9040억원(400.1%)이나 급증했다.
삼성전자와 TSMC의 영업이익 역전 현상은 지난 2022년부터 발생했다. 지난 2021년 51조63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26조6492억원의 TSMC를 1.94배 앞섰지만 이듬해는 영업이익이 1.82배로 성장한 TSMC에 삼성전자가 5조2196억원 뒤졌다. 그리고 지난해는 격차가 32조608억원까지 벌어졌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산업의 성장세를 이끈 IT전기전자 업종 중 특히 반도체 부문의 경우 대만은 도약기인 반면 한국은 정체기에 머물렀다고 평가된다”며 “삼성전자는 사법리스크 증폭, 사업재편 지연 등으로 현상 유지에 머물렀지만 TSMC는 산업 트렌드 변화에 따른 전략적 대응과 스마트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급부상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으로 선정했지마 금융업종과 지주회사, 특수목적회사는 제외했다. 또 대만의 경우 2013년 이후 합병소멸과 상장폐지된 기업은 제외했다. 그리고 대만 기업의 시가총액은 해당 연도 연말 환율을,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은 해당 연도 평균 환율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