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총수일가의 퇴직금이 전문경영인보다 평균 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기업 임원의 퇴직급여 현황과 제도개선 방향 모색-재벌 총수일가도 퇴직금을 받아야 하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개별보수가 공시된 기업 임원들 중 퇴임한 임원은 모두 133명으로 이들이 받은 퇴직급여는 총 1815억6900만원이었다.
1인당 평균 13억6500만원인 셈이다.
또 근무기간이 확인되는 퇴직임원 99명의 근무기간 1년당 퇴직급여는 평균 1억7500만원이었다.
이는 연봉 9000만원인 근로자가 퇴직한다고 가정할 때 대략 23년4개월을 근속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실제 메리츠금융지주의 원 모 대표이사는 2013년 4월1일 대표이사로 취임해 1년간 근무하고 이듬해 3월21일 사임하면서 2억5000만원의 퇴직금을 수령했다. 월평균급여 5000만원에 지급률 5배를 곱해 산출된 액수다.
특히 지배주주인 재벌총수 일가인 임원의 퇴직급여는 근무기간 1년당 평균 3억8400만원으로 전문경영인보다 3배가 많았다.
총수일가 임원 9명이 수령한 퇴직급여 총액은 513억9300만원이었다.
개별회사로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제철 이사직을 사임하면서 받은 퇴직급여 액수가 108억2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케미칼, ㈜한화, 한화갤러리아, 한화건설 등 4개 계열사에서 총 143억8500만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2014년 2월 김승연 회장은 특가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당시 이사로 등재돼 있던 7개 계열사에서 일괄 퇴임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퇴직금 내역이 공시된 4개사 외에 한화엘앤씨,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나머지 3개사로부터도 퇴직금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돼 실제 김승연 회장이 2014년 받은 퇴직금 총액은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뒤를 이어 정몽구 회장의 사위였던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가온전선 구자엽 회장 등이 고액의 퇴직급여를 받았다.
신성재 사장은 퇴직금으로 퇴직기준급여 3억8700만원에 근무기간 13년9개월을 곱해 53억2500만원, 공로금으로 27억5000만원을 합쳐 80억7500만원을 수령했다.
최은영 회장은 월평균임금 1억1650만원에 근무기간 7년3개월, 지급률 6을 곱해 52억4400만원, 구자엽 회장은 퇴임 당시 월평균급여 5400만원에 근무기간 11년과 지급률(역산해 8.47배로 추정)을 곱해 50억2900만원을 받았다.
김승연 회장과 구자열 이사를 제외한 총수일가 임원 7명의 근무기간 1년당 퇴직급여 평균은 4억6700만원이다.
김승연 회장의 경우 6년5개월의 기간 동안 4개 회사에 근무해 받은 퇴직급여를 합산해 계산하면 근무기간 1년당 22억4800만원의 퇴직급여를 받았다.
특히 현대제철 정몽구 이사의 퇴직금은 다른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보다 3.47배 많고 한화케미칼 김승연 회장의 퇴직금은 다른 대표이사보다 5.79배 많았다.
정몽구 회장은 2014년 현대제철 퇴직시 근무기간 9년에 해당하는 퇴직금 108억2000만원을 받았다. 근무기간 1년당 퇴직금만도 12억200만원에 달한다.
정몽구 이사의 근무기간 1년당 퇴직금은 같은 해 퇴직한 박 모 대표이사보다 3.47배 많다. 퇴직기준급여 액수가 그만큼 차이나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제철은 퇴직기준급여를 어떻게 산정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시하지 않아 월급여 수준 차이에 따른 격차인지 아니면 지급률 차이에 따른 격차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계열사 퇴직금 산정 내역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공시한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과 다른 임원들의 지급률이 모두 3배로 차이가 없지만 월기본보수액에서 큰 차이가 났다.
㈜한화에서 김 회장의 근무기간 1년당 퇴직금은 전문경영인 전무에 비해 10.95배 많았고 한화건설은 김 회장이 부사장에 비해 6.43배, 다른 대표이사에 비해 3.88배 많았다.
한화케미칼은 김 회장이 다른 대표이사보다 5.79배나 많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일반 근로자들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부 기업 임원들의 고액 퇴직금은 최근 대법원에서도 주주총회 결의를 거쳤다 하더라도 위법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면서 “이들이 고액의 퇴직급여를 받는 것은 사익추구의 한 유형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며 사회적 형평성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