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리듬이 있다(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 does rhyme).” 동일하지 않지만 반복되는 속성을 지닌 역사의 특징을 표현한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증시 역사도 마찬가지다. 2014년 KOSPI가 2231포인트를 넘어 대세상승장으로 나갈 것인지를 지난 증시 역사를 통해 점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는 전망이 항상 빗나갔듯이 지금 시점 역시 지난 증시 역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1980년 이후 KOSPI의 장기시계열로 보면 비추세장과 추세장이 교대로 나타났다. 이중 대세 상승장으로 볼 수 있는 시기는 [그림3]의 두 시기(B, D)다. 두 시기 모두 기간은 4년 이상 KOSPI 상승률은 628.73%, 300.42%에 달했다. 두 구간의 차이점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체에 있다. B구간은 선진국이, D구간은 EM이 성장을 주도했다. 공통점은 선진국이든 신흥국이든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개선되는 시기였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성장하는 시기에 한국 증시는 양호한 흐름이 뒤따랐다. 두 기간 모두 1980년 이후 세계경제성장률 평균(3.3%)보다 높았던 시기다.IMF에서 예상하는 2014년 성장률 전망치는 3.6%다. 이는 1980년 이후 글로벌 성장률 평균인 3.3%보다 양호하다. 만약 IMF 전망치대로 성장률이 발표된다면 글로벌 성장률 측면에서도 2014년 KOSPI 전망은 낙관적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IMF에서 WEO를 발표할 때마다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만큼 내년에 글로벌 성장률이 3.6%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반면 Bloomberg 기준의 세계 경제 성장률은2.85%로 평균보다 낮다. 현재 컨센서스로 보면 KOSPI가 Valuation 정상화 수준인 2231포인트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컨센서스는 변화한다. 컨센서스를 넘어서며 KOSPI가 2231포인트를 넘어서는 대세 상승으로 진화할 지, 아니면 개선 기대가 약화되며 상단이 2231포인트 수준에서 한계를 보일 지 아직 속단하기 힘들다. 경기에 앞서 상승하기 시작하는 주가의 선행성을 감안하면 전자의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너무 앞서간 주가가 경기를 다시 감안하는 경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가는 경기의 그림자’이고, 대세 상승기의 진입여부를 파악하는 열쇠도 바로 ‘경기’라는 것이다.글로벌 경기의 바로미터는 ‘글로벌 GDP대비 무역량’이다. 앞서 대세 상승장으로 규정했던 두 구간 모두 국제 무역이 활발해지는 시기였고, 비추세 구간에서의 상승장도 예외 없이 글로벌 GDP대비 무역량이 개선되는 시기였다. 계기는 정책 변화였다. B구간(1986~1989년 초반)은 1985년 9월 프라자합의가, D구간은(2003~2007년)은 2001년 11월 중국의 WTO가입이 전환점이었다. 각국의 정책이 보호무역보다 자유무역으로 확산될 때, 또 누군가의 희생(인위적 환율 조정)이 뒤따를 때 글로벌 교역이 개선되었던 것이다.하지만 최근 흐름은 자유 무역보다 보호 무역의 확산이다. ‘One World’를 지향하는 WTO체제와 다소 대칭되는 지역경제 블록의 확산이 눈에 띈다. 한국 역시 미국을 따라 TPP를 갈지, 최대시장 중국을 겨냥한 RCEP를 선택할 지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이 두 개의 경제 협정이 대립이 아닌 보완으로 전개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WTO 중심의 자유무역으로 나아갈 때 글로벌 호황기가 다시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금융위기의 조기 탈출에는 각국의 경기부양책 뿐 아니라 G20회의에서 합의한 전 세계 협조체제도 한몫을 했다. 한숨을 돌렸지만 이제 각 자의 수지타산을 따지기 시작했다. 이 결과 2011년 이후 글로벌 교역량은 정체되어 있고 한국의 수출 회복도 미약하다. 2011년 여름 이후 KOSPI가 좁은 박스권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또 하나의 Key Indicator, ‘수출증가율+수입증가율’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110%를 넘는 국가다. 국제무역 성장은 다른 말로 한국의 수출이 좋아질 수 있다는 애기이고, 결국 한국 경제가 양호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아가 한국 수출은 달러화가 약해지면 약해질수록 좋다. KOSPI가 더 올라서려면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2014년 우리는 달러의 약세보다 강세를 전망한다. 1990년대의 달러 강세 시대의 재현까지는 아니더라도 굳건한 美 경제가 완만한 달러 강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판단한다. 물론 당장은 주요통화 및 원화에 비해 약해진 모습을 보고는 있지만 테이퍼링 시기가 좀 더 구체화되는 시점 이후 달러화 약세 흐름은 지속되기 힘들다.경기를 읽어내는 Key Indicator로 ‘수출증가율+수입증가율’을 제시한다. 강세장(B와 D)시기에는 예외 없이 한국의 무역수지는 흑자였고 수출+수입증가율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처럼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며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구간에서는 KOSPI 역시 양호한 흐름을 보여주었다.2013년(1~10월)만 놓고 보면 ‘수출+수입 증가율’은 0.7%에 불과하다. 수입 감소로 인한 ‘불황형 흑자’가 이어져 왔던 것이다. 수출과 수입이 함께 늘어나는 ‘호황형 흑자’가 아니라면 2013년 연말 장세에 대한 기대수준은 낮춰야 한다.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Imbalance)이 확대될 때, 강세장 진입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대로 2014년 한국경기가 성장해 KOSPI가 Level-up 되는 시나리오가 가능할까? 아직 속단할 수 없다. 우리 역시 그 가능성을 보지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2014년 상반기보다 중반 이후의 강세장 진입이라는 조건부 시나리오만 제시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Imbalance)확대라는 조건이 충족될 때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그 결과 KOSPI가 대세 상승기에 진입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할 수 있다. 한국 증시의 Positive Loop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한 경상수지 불균형 폭 확대→교역 증가→한국 호황형 흑자(수출+수입 동시 증가)→한국 경제 성장→KOSPI 상승’이기 때문이다. 열쇠는 누군가의 희생에서의 ‘누군가’에게 있다. [그림3]의 B구간에서는 일본이, D구간은 미국이 ‘누군가’였던 것이다. 불균형이 다시 심화되는 구조가 아니라면 교역량도 성장률도 Flat해지는 것이 맞다.특히 1990년대 이후 전 세계 GDP대비 각 국의 경상수지 비율을 보면 미국의 경상수지가 악화되며 글로벌 교역량은 증가하는 구조가 지속되었음이 확인된다. 글로벌 불균형의 Key를 쥐고 있는 것은 미국이고 미국 경상수지/GDP는 전세계성장률 및 교역량과 역관계인 것이다.2000년대 초반 경기가 좋았던 시절을 회상해보자. 글로벌 경기를 견인했던 것은 중국이었지만 그 뒤에는 미국이 있다. 2001년 11월 중국의 WTO가입 이후 국제 무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중국이라는 국가는 싼 노동력으로 여러 생산품들을 산출했고, 이러한 상품들을 전세계에 공급하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담당했다. 중국이 싸게 생산하고, 미국이 과잉 소비 해줌에 따라 이 당시 글로벌 경제는 과속 페달을 밟았고 물가도 낮은 글로벌 호황기가 출현했던 것이다.하지만 2000년대의 성장은 이례적 수준이고, 이제 다시 1980년 이후 성장률 평균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2000년대의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 요인이었다. 금융위기는 이 구조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공표한 사건임을 인지해야 한다.
글로벌 불균형의 축…미국vs.독일, 일본, 중국 오히려 지난 5년간 전 세계 GDP 경상수지 적자의 76%를 담당해왔던 미국이 이후에도 이러한 스탠스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무역구조의 변화다. 2000년대의 Imbalance에서 Rebalance를 거쳐 이제 교착상태에 가까운 Balance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교역량은 정체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도 글로벌 불균형을 선호하지 않는다. 미국은 제조업 귀환을 통한 자체성장 동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고 오바마의 보호무역주의 태도 또한 뚜렷하다.글로벌 불균형 관련 무역 대상국간의 달라진 환경도 감안해야 한다. 한마디로 미국의 힘은 예전 같지 않다. 1985년의 프라자 합의, 1995년 역프라자 합의는 미국이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독일은 유로존의 중심국이고 일본은 미국이 살려내야 하고, 중국은 자신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글로벌 불균형과 G3간의 대립구도 그리고 교역량과 관련하여 3가지 사건(플라자합의, 역플라자합의, 금융위기)을 살펴보자. 1985년의 플라자합의와 1995년의 역플라자 합의는 선진국간 대달러 통화의 절상 및 절하를 통해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이벤트였다.1985년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결국 달러 약세에 대한 선진국의 용인이 나타난 시점이었다.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과 독일의 용인을 받은 약달러 흐름은 미국의 경상수지 악화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했다.1995년의 역플라자 합의는 약달러 기조로 미국의 경상수지가 빠르게 회복되자 다시 달러의 흐름을 정상화시킨 조치다. 1990년 초를 정점으로 일본의 주식시장이 무너지고 일본 경제가 불황에 빠지자 일본의 경상수지를 원래대로 돌리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이다.2008년의 금융위기도 다르지 않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성장에 따른 수출 확대와 유로존의 화폐통합에 따른 영향이 미국의 달러를 약세로 이끌었다. 일본과 유럽, 중국이 그 수혜를 입는 동안 미국은 IT버블과 주택가격상승을 통해 각국의 물량을 소화해 왔으나 결국 한계에 도달한 결과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인 것이다. 금융위기 역시 미국의 경상수지 악화, 바로 불균형이 배경인 것이다.
이제 미국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 1980년대부터 이어온 10년 단위의 ‘위기→회복→성장’의 순환은 변하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가 오자 각국은 경기부양을 선택했고 경제는 위기에서 회복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다음 수순은 성장을 위한 정책이었고 자국 내 산업에 대한 보호와 신성장 동력 개발에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한 것 역시 과거와 다르지 않다. 단지 성장이 더디다는 것이 과거와의 차이인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00년을 지나면서 유럽은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해 미국의 달러화를 약세로 이끌었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달러화의 약세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그럼에도 한국의 경제성장 및 글로벌 경기의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유럽과 중국의 글로벌 경제에서의 위치변화에 기인한다.유로존 내의 국가들은 국채발행 비용 하락에 기인해 소비를 급격하게 늘렸고 역외 수출 비중이 높은 독일은 역내 수출의 증가만으로도 외부의 수출 증가를 충당해낼 자신이 있었다. 결국 미국과 타 선진국의 관계와 같이 부채를 내서 소비를 하는 PIIGS 국가들과 이를 수출하는 독일의 구도가 2000년대 이후 유로존 내에서 이루어진 변화다.일본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지면 그 힘을 잃었지만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높은 노동생산성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룩했다. 1990년대 이후 중국경제의 빠른 성장은 수출의 힘이다. 하지만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수입도 크게 늘어났고, 이로 인해 1990년대에서 2004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중국은 수출증가에도 경상수지가 개선되지 않았던 것이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됐고 달러화가 약세를 유지할 수 있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2000년대는 미국의 소비에 중국과 독일도 가세하며 소비 성장이 가속화되는 구간이었다.지난 시기와의 차이는 명확하다. 유럽과 중국이 글로벌 경제와 정치에서의 위치가 커지면서 이제 미국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 구조인 것이다. 힘의 균형이 글로벌 경제가 다시 불균형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고 있다.
미국은 ‘무역불균형 해소→기업재원 마련→설비투자 등 성장동력 투자+경상수지 적자→미국 및 글로벌 GDP성장’이라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해 왔다. 상대적으로 독일과 일본, 중국의 경상수지는 미국과 정확히 반대의 경로를 보여주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모습은 이러한 프로세스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달러화 강세도 더디고 글로벌 무역의 성장도 뚜렷하지 않다. 차이는 무엇일까? 더 이상 미국은 One Player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소비=일본, 독일, 중국의 생산’이라는 틀에서 미국, 유럽, 중국이 각자 생산도 하고 소비도 하는 새로운 틀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돈을 풀어도 나아지지 않은 경제가 문제 물론 새로운 틀은 아직 가능성일 뿐 진척은 더디다. 독일을 보자. 유럽의 PMI가 개선되고 글로벌 주식시장의 온기가 돈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의 경상수지가 개선된 것은 남유럽의 긴축과 독일의 역외수출에 기인한다.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역내 수요에 기반해 독일은 유로화 강세 구간에서 오히려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역내 수요 부진과 유로화 약세로 인해 역외수출이 가속화 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소비국은 약화되고 독일은 다시 글로벌 공급을 늘린 것이다.
중국은 경상수지 폭을 축소하고 소비비중을 늘리는 전환기를 맞이하고는 있다. 그러나 급격한 전환을 대내외적으로 바라지도 않는다. 투자비중의 급격한 하락은 중국의 경착륙을 의미하는 것이고 내수버블과 자본시장 개방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차단하는데 주력하면서 신중한 변화(위안화의 점진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미국의 성장 속도도 주춤하다. 위기가 지난 지 5년이 되고 있지만 아직 실물경제는 따라가지 못하는 유동성 파티는 지속되고 있다. 미국이 돈을 풀어도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역설적으로 글로벌 증시에 가장 큰 호재는 미국이 테이퍼링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까지 출구전략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주식은 긴축할 때 파는 것이 아니라 긴축정책을 쓸 수 없을 때 파는 게 옳다. 물론 미국이 현 상황에서 당장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2014년 미국 경제의 체력이 좀 더 굳건해질 때 타이트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바로 그때가 미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시기인 것이다.G3간 힘의 균형으로 글로벌 교역량 정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이후 불균형 확대도 쉽지 않다. 금융위기에서 ‘미국의 과소비와 중국의 디플레 수출’라는 불균형 구조가 붕괴되었고 이제 미국의 이익에 굴복하지 않는 중국이 버티고 있다.길게 보면 미국, 유럽, EM의 세 주체는 미래에 세계 경제를 보다 안정적으로 받쳐 줄 것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만큼 빠른 변화도 힘들 것이다. 이제 미국이 One Player로 세계 경제를 움직이기는 힘들어졌다. 2014년 ‘성장’이라는 단어에 우리가 인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