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신용등급 잇따라 강등…“유동성 위기 우려도”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강등되면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무리한 한진해운 지원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부친인 고(故) 조중훈 선대회장의 ‘수송보국’ 경영철학을 계승한다는 명분으로 경영권을 가져온 한진해운이 자칫 주력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까지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한국신용평가는 18일 대한항공의 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했다고 밝혔다.자회사로 편입한 한진해운에 대한 책임경영 체제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신용위험 공유 수준이 확대됐다는 게 강등 배경이다.여기에 유가·환율·경기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한 산업 특성과 대규모 설비투자(CAPEX) 부담에 따른 높은 차입금 의존도도 영향을 미쳤다.이에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도 17일 대한항공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내렸다.에쓰오일 지분 매각 등 재무구조개선 계획의 이행성과가 미흡한 가운데 한진해운과의 신용연계성이 확대되면서 관계사에 대한 재무적 지원 부담이 증가했다는 게 등급 강등 이유다.결국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자회사 편입과 이에 따른 재무적 지원 부담을 지적하고 있다.한진해운은 지난해 7120억원의 당기순손실 등 3년 연속 7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부채비율도 해마다 큰 폭으로 뛰고 있다.지난 2006년 조양호 회장의 사망으로 경영에 뛰어든 최은영 한진홀딩스 회장은 부실경영 끝에 지난 4월29일자로 한진해운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그러나 한진그룹 자회사 편입으로 한진해운 경영실적이 개선되리라는 믿음은 여전히 회의적이다.실제 올 1분기 매출액은 2조154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6% 감소했다. 당기순손실도 2245억원으로 1898억원이 늘었다.때문에 재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자금지원은 오히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냉소적 시각이 지배하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과거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의 자동차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그룹을 파국으로 이끌었다”며 “한진해운을 부여잡고 있는 조양호 회장이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현재까지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6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지난해 10월과 12월 2500억원에 이어 6개월만인 지난 10일 이사회를 통해 4000억원 규모의 출자를 결정했다.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이번에 출자를 결정한 4000억원은 1분기 별도보고서상의 순자산 2조1309억원의 19%(연결보고서상의 순자산 2조5800억원의 15%)에 달한다.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2009년 이후 6년째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상태다.대한항공도 연결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2012년 말 690.99%에서 올 1분기 804.66%로 더욱 악화됐다.경제개혁연대는 “S-오일 지분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등 ‘제 코가 석자’인 대한항공이 보유 현금을 부실 계열사 지원에 낭비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특히 “대한항공이 계속해 한진해운을 지원한다면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 위기를 대한항공, 나아가 그룹 전체로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이와 관련 지난 4월29일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 대표이사에 취임할 당시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잇따른 적자와 비효율적인 선박 도입 등으로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았던 1986년 당시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실무적으로 총괄하고 있던 조양호 회장이 항공경영의 선진화된 경영기법을 한진해운과 접목해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같이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조양호 회장 체제가 확립됨으로써 한진해운 경영난 타개의 전기가 마련돼 경영 정상화에 한층 더 힘을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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