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텐 빌리언 차트 분석, 전자업계 매출영향력 44%…고용 영향력은 24% 불과
삼성전자가 국내 전자업계에서 차지하는 매출 영향력은 44%에 달하지만 고용파워는 매출보다 20%포인트 더 낮은 24%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지출한 인건비는 직원 1인당 6000만~9000만원씩 지급시 11만~15만명을 고용할 수 있지만 실제는 10만명 이하 고용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단일 기업 중 최대 직원을 고용하는 삼성전자지만 기업 규모 대비 고용 점수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LG전자·LG디스플레·SK하이닉스 등은 전자업계 내에서 매출보다 고용 영향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삼성전자와 대조를 보였다.
27일 기업분석 데이터센터 ‘코리아 텐 빌리언 차트’가 최근 2년(2015~2016년)간 전자업체 기업들을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자업계에서 매출(별도 재무제표 기준) 100억원 넘는 회사는 943곳이었다.
매출 총액은 305조4747억원으로, 이중 삼성전자는 133조9472억원으로 업계 매출 영향력은 43.8%에 달했다.
그러나 매출 영향력과 달리 삼성전자의 인건비 비중은 36.7%로 파악됐다. 매출 파워보다 인건비 영향력이 7.1%포인트 더 낮았다.
지난해 전자업계의 전체 인건비 총액은 27조8947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10조2405억원으로 조사 대상 업체 인건비 중 가장 높았다. 지난 2015년에도 9조9594억원의 인건비를 지출해 인건비 영향력은 36.1%로 1위였다.
전자업계 인건비 영향력 2위는 LG전자였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넘버2였다. 지난해 기준 LG전자는 2조8302억원(10.1%)을 직원 인건비로 지출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 2조1577억원(7.7%), SK하이닉스 2조766억원(7.4%), 삼성디스플레이 2조147억원(7.2%), 삼성전기 7810억원(2.8%), LG이노텍 5249억원(1.8%) 순이었다.
앞서 언급한 7개 대기업은 모두 삼성·LG·SK그룹에 속하는 재벌 기업이자 국내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인건비 영향력 1%를 상회하는 7대 기업의 인건비 총액은 20조6202억원이었다. 조사 대상 전체 기업 인건비의 73.9%에 달하는 액수다.
달리 해석하면 943개 기업 중 상위 7개 회사를 제외한 936곳이 7조2000억원(26.1%) 정도의 인건비만 가지고 직원 임금 등으로 나눠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인건비 영향력 상위 7개 대기업은 고용도 실제 많이 했을까.
이들 기업에서 고용한 직원 숫자는 22만8466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조사 대상 943개 회사 전체 고용 인원 38만8733명의 58.8%에 해당한다. 이들 7대 기업의 인건비 영향력은 74%나 되지만 고용 영향력은 이보다 15%포인트 정도 낮다는 얘기다.
내부 직원 임금 등으로 많은 인건비를 사용했지만 정작 신규 고용 창출을 늘리는 고용 안정화에는 상대적으로 덜 신경 썼다는 의미가 강하다. 특히 이들 7개사의 업계 매출 영향력은 무려 78.1%에 달했다.
물론 7개 대기업 모두 기업 규모 대비 고용 영향력이 낮은 것은 아니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SK하이닉스·삼성전기 등은 매출·인건비·고용 영향력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LG전자의 경우 업계 내 매출 영향력이 9.4%라고 한다면 인건비와 고용 영향력도 각각 10.1%, 9.7%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기업 규모에 걸맞는 인건비 지출과 고용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고용 영향력이 매출 파워수치보다 더 높았다.
LG디스플레이도 매출, 인건비, 고용 영향력이 각각 8.0%, 7.7%, 8.3%로 비슷했다. SK하이닉스는 5.5%, 5.7%, 7.4%였다.
특이한 점은 SK하이닉스의 경우 인건비 비중을 크게 늘려 더 많은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음이 수치로 확인됐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매출 영향력 대비 고용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7개 대기업 중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만 매출 파워 대비 고용 영향력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영향력이 8.1%였다면 고용 파워는 6.0%로 2.1%포인트 더 낮았다.
삼성전자는 매출(43.8%), 인건비(35.7%), 고용(23.9%) 영향력 격차가 눈에 띄게 컸다. 특히 매출과 고용 영향력 간 격차는 무려 19.9%포인트나 벌어졌다. 이는 삼성전자의 매출 파워 대비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은 수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업보고서 제출 당시 시점 기준으로 밝힌 공식 직원 수는 9만3200명이다. 직원들에게 보수를 나눠 준 평균 직원 수로 따져 보면 9만5460명이었다. 이는 국내 단일 기업 중에서는 가장 많은 숫자다.
사업보고서 기준 지난 2000년 4만3996명이던 직원 수는 2003년 5만5379명으로 증가했고 2006년 들어 8만5813명으로 껑충 뛰었다. 2010년 9만5629명에서 2011년에는 10만1970명으로, 이때 공식적으로 10만명을 돌파했다.
당시 삼성전자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3조원, 인건비는 2조원 정도 더 적었지만 고용 직원 숫자는 전년보다 더 많았던 셈이다. 또한 당시 직원 평균 보수는 776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다 2012년 이후에는 10만명 이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일 기업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고용 공헌도가 가장 높은 기업이라고 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로 볼 때 삼성전자가 존재함으로써 파생되는 고용 효과는 결코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매출 덩치와 인건비 규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 규모가 커서 가장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긴 하지만 기업 덩치에 맞는 고용까지 책임지고 있지는 못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올해 3분기에도 휴직 상태 직원을 제외하고 실제 급여를 받은 평균 직원 숫자는 9만4753명으로 9만5000명을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실제 급여를 받은 평균 직원 수 9만5460명보다 적은 직원 숫자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경영 실적이 초호황을 이어갔는데도 고용 시계는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는 모양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삼성전자 경영의 특징은 기업 규모와 실적에 대비해 많은 직원을 신규 고용하기보다는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며 “과감한 생산 설비 투자로 인력 의존도를 줄이고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매출 성적이 크게 좋아지더라도 많은 직원을 현장에 배치할 수 있는 여건은 그리 높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일선 소장은 매출 실적이 높고 많은 인건비를 지출하는 삼성전자가가 기업 규모 대비 고용을 적게 하게 될 경우 업계에 두 가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다른 기업들의 직원 임금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 더 많은 고용을 책임지기 때문에 국내 고용 시장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원 평균 보수가 1억원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3669만원이던 삼성전자의 직원 평균 보수는 2002년 5200만원, 2004년 7130만원, 2010년 8260만원을 기록했다가 지난 2013년부터는 억대 연봉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전자업체 943곳의 평균 보수 4553만원보다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물론 직원 대다수가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고액 보수를 받는 미등기임원 보수도 포함됐기 때문에 평균 보수가 억대를 기록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 직원 보수가 오르면 삼성전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기업과 중견기업까지도 인건비가 들썩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우수 인재들이 고액 보수를 주는 기업 쪽으로 이동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에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직원 보수를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여파는 중소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경영 실적에 상관없이 외부적 요인으로 직원 보수가 올라갈 경우 이로 인한 경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직원 보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면서 우수 인재들이 중소기업을 떠나 중견·대기업으로 편입되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중소기업이 우수 인재를 키울 여력이 점점 고갈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직원 보수 상승이라는 날개짓이 국내 중소 전자 업체 우수 인재를 점점 떠나게 만드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많은 인건비로 직원을 덜 고용하고 내부 직원들에게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삼성전자 이외 회사들은 직원 보수 상승이 경영부담 가중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또한 삼성전자와 같은 재벌 기업이 상대적으로 고용을 덜 하게 되면 결국 나머지 고용은 중견·중소기업 등에서 더 많은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오 소장은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 낮은 보수를 줄 수밖에 없는 데다 경영 상황에 따라 고용 시장도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다 보면 중소기업에 우수 인재들이 남아있는 비율이 점차 낮아져 중소기업 경쟁력을 키워나가는데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 대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재벌 기업이 지나치게 경영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업계 발전을 더디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오일선 소장은 “고용시장 안정화와 경영효율성은 마치 기름과 물처럼 이질적인 요소가 강해 두 가지가 상호 충돌하게 되면 기업에서는 경영효율성에 방점을 찍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도 “다만 동종 업계에서 매출 30% 이상 영향력을 가진 슈퍼기업은 경영효율성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무 차원에서 고용 시장 안정화에도 더 많은 기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분석은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회사 중 당해연도 매출 1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인건비는 감사보고서에 명시된 급여와 퇴직급여를 합한 금액이다.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은 직원 현황에 명시된 급여총액을 기준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직원 수는 감사보고서에 명시된 직원 수를 기준으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은 해당 보고서에 명시된 직원 수를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