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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6년 나이키는 불꽃 무늬 로고가 새겨진 신발을 전 세계에 출시했다. 불꽃 무늬 로고는 아랍어로 신을 의미하는 알라(Allah)와 상당히 유사한 모습이었다.이슬람 시장은 나이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었던 탓에 이를 통해 아랍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했던 것이다. 특히 이슬람권은 종교를 기반으로 강한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어 마케팅 파급력도 클 것으로 여겼다.그러나 성공을 자신했던 나이키의 예상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달랐다. 불꽃 무늬 로고를 새긴 신발이 출시된 이후 무슬림들은 나이키 신발 불매 운동을 벌였고 이후 나이키는 전 세계적으로 약 80만개에 달하는 신발을 회수하는 수모를 감당해야 했다.무슬림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약 20∼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슬람이 태동한 곳이자 무슬림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랍의 경제규모는 이미 브릭스(BRICS)를 넘어섰다.특히 아랍에미리트의 호화로운 외양에서 엿볼 수 있듯이 아랍 산유국의 소비력은 선진국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세계 소비시장에서 이슬람이 차지하는 위치는 이미 무시하지 못할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고 이슬람 시장은 명실 공히 21세기 최대의 블루오션이다.하지만 이슬람은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고 멀다. 이미 이슬람 시장에 진출한 세계 굴지의 기업들도 웃지못할 해프닝을 겪으며 쓴맛을 보기도 했다. 대부분 그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신간 『이슬람 마케팅과 할랄 비즈니스』(한울)는 이슬람 문화에 소비이론을 접목해 이슬람 시장과 무슬림 소비자의 특징을 분석해낸다.중동 사회문화 전문가인 엄익란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연구교수는 무슬림들 사이에서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바탕으로 가치소비를 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예컨대 오늘날 무슬림은 코카콜라 대신 이슬람 성지인 메카를 모티브로 한 메카콜라를 마시며 금발의 바비 인형 대신 자녀에게 히잡을 쓴 풀라 인형을 사주고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 대신 알라의 99가지 성향을 지닌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 ‘THE 99’에 빠져든다.특히 무슬림은 이슬람 율법에 맞는 할랄 상품을 소비하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할랄 음식 시장은 전 세계 먹거리 시장의 약 16%를 차지하는 규모로 급성장했다.이슬람의 가치가 내포된 상품을 선택하고 이를 사용함으로써 무슬림은 자신의 문화적·종교적 정체성을 기억하고 창출할 뿐만 아니라 소비를 종교의 차원에서 실천하는 것이다.소비학자인 매크래켄(Grant McCracken)은 한 사람이 자라온 문화적 배경이 그가 특정 물품을 왜, 그리고 어떻게 소비하는지, 즉 소비재 선택의 동기와 과정, 그리고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소비에서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실제 이러한 소비이론에 따르면 소비행위는 인간이 합리적인 경제행위를 한다는 기존 경제학의 전제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또는 타인과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타인과의 동질성 또는 차별성을 나타내기 위해 소비하는 모습을 보인다.결국 소비의 장은 한 인간을 둘러싼 문화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으며 서로 무언의 메시지를 교환하는 장으로 간주할 수 있다.이 책에서는 이러한 점에 주목하며 무슬림의 소비행위를 결정하는 근본적인 원동력을 이슬람 지역, 특히 그 중심이 되는 아랍 지역의 문화에서 찾고 소비를 통해 표면화되는 무슬림들의 문화적 무의식을 분석한다.특히 겉으로 드러나는 문화적 양상만을 보고 판단함으로써 오히려 섣부른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무슬림 소비문화의 저변을 이루는 기층문화에 대한 이해에 집중한다. 이것이 전제돼야만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 또한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