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장담하지만 저신용자·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가계 빚 상환 또는 생활비 조달 목적의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추세다.
대내외 경제 관련 기관 및 연구소들은 가계부채가 한국의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지적한다.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경제위기 가능성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통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2000년부터 2007년 사이 미국의 가계부채는 두 배로 뛰어 14조 달러까지 급증했다. 그 결과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현재 유럽의 경제위기도 엄청난 규모로 늘어난 가계부채가 소비지출의 급락을 초래해 발생했다.
그동안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등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킨 금융 위기가 대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돼 왔다. 실제로 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이들 금융 기관에는 천문학적인 구제 금융이 투입됐다.
그러나 프린스턴대학의 경제학자 아티프 미안과 시카고대학의 금융 담당 교수 아미르 수피는 신간 『빚으로 지은 집』(열린책들)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과도한 가계부채에서 찾는다. 때문에 구제 금융을 통해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려는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은행과 채권자의 이해를 보호하는 데만 치우쳐 있다고 비판한다.
과도하게 누적된 가계 부채는 주로 한계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주택 압류를 불러온다. 이는 소비 지출의 급감, 즉 총수요의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생산의 감소와 대규모 실업을 일으킨다. 이러한 소비 주도 불황을 극복하기에는 기존의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에는 한계가 있으며 가계 부채를 줄여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침체기 동안 집의 가치는 5조5000만 달러나 떨어졌다. 미국 경제의 국민 소득이 한 해 약 14조 달러임을 감안할 때 주택 소유자들의 순자산이 엄청나게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미국 전체 가구의 순자산과 레버리지 비율에 대한 조사를 통해 자산의 소유 정도에 따라 놀라운 차이가 있음을 발견한다. 미국의 가계를 5분위로 나누었을 때 하위 20%에 해당하는 주택 소유자들, 즉 가장 가난한 주택 소유자들은 지나치게 많은 빚을 지고 있었다.
이들의 레버리지 비율, 즉 대출 총액을 자산으로 나눈 비율은 80%에 달했고 집 말고는 가진 자산이 거의 없었다. 반대로 상위 20%는 금융 자산이 80%에 육박했고 레버리지 비율은 7%에 불과했다.
사실 이 같은 결과는 당연하다. 저소득층의 부채는 고소득층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순자산 하위 20% 계층은 집값 하락에 따른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고 높은 레버리지 비율, 주택 자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금융 자산의 결합은 이들 가계에 재앙을 예고하고 있었다.
실제 2006년부터 2009년 사이 미국 전역의 집값이 평균 30% 떨어지자 레버리지 비율이 높으면서도 순자산이 적은 이들 가계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레버리지 승수 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주택소유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80%인 경우, 예를 들어 10만 달러짜리 집을 2만 달러의 순자산과 8만 달러의 모기지 대출을 받아 산 주택소유자를 가정해 보자.
집값이 20% 떨어지면, 즉 집값이 8만 달러가 되면 주택소유자의 순자산은 0이 된다. 변화율로 따지면 주택 소유자의 순자산은 100% 감소하고 20%의 집값 하락이 100%의 순자산 변화를 가져와 레버리지 승수는 5가 된다. 즉 집값 하락폭의 5배로 순자산이 크게 변하는 것이다.
실제로 순자산 하위 20% 계층의 경우 레버리지 비율이 80%에 달한 상황에서 집값이 30% 하락했기 때문에 이들의 순자산은 전부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통계는 이러한 계산과 정확히 일치했다. 2007년부터 2010년 사이 하위 20% 계층의 순자산은 3만 달러에서 사실상 0이 되었다.
집값 폭락과 결합한 과도한 부채는 이미 크게 벌어져 있던 부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려 놓았다. 가난한 사람들은 원래 가난했다. 그러나 이들은 집값 폭락으로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것조차 모두 잃어버렸다. 이들이 진 빚이 일으킨 레버리지 승수 효과가 이들의 순자산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빚의 근본적인 특징이다.
빚은 정확히 가장 가진 것이 없는 계층에 엄청난 손실을 입힌다. 대침체 이전에도 미국의 부 불평등도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2007년 순자산 상위 10% 계층은 전체 부의 71%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는 1992년 66%에 비해 이미 상당히 높아진 것이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2010년 다시 74%로 증가한다.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졌다.
빚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빚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금융 시스템은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가계 부채는 단순히 빚을 지고 있는 가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채무자들이 소비 지출을 급격하게 줄임으로써 발생하는 수요 부족이 일으키는 재앙에 가까운 경제적 효과는 채무자들을 넘어 경제 전체에 미친다.
수요 감소가 가져오는 연쇄 효과 중 가장 무서운 효과는 대규모 실업 현상이다. 주택 시장 붕괴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근로자들도 수요 감소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다.
해결책은 직접적으로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뿐이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대침체 당시에 보다 적극적으로 부채 탕감 정책을 펼쳤다면 위기는 한결 쉽게 해소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라세금은 지 쌈지돈이고 예산은 지 용돈처럼 사용하는 정책 실패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정책 실패 범죄를 보고도 국민들은 망연자실 대책없이 지켜 보기만 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