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문화마당 제22권 『서울의 한시』를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의 한시』는 조선시대 문인들이 쓰고 읊은 한시(漢詩)에 담긴 서울의 산·계곡·나루·정자·궁궐 등 도성 안팎의 명소들을 문학적 감상과 역사적 내용으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한시와 관련된 많은 저서를 집필한 박동욱 한양대 교수가 쓰고 방현아 성균관대 강사가 감수했다.
책은 총 7장(서울의 섬, 서울의 절, 서울의 나루, 서울의 산, 서울의 궁궐, 서울의 정자, 또 다른 서울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한양도성 안과 밖의 명소를 주제별로 나누어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도록 했고 당대에 그려진 그림과 오늘날의 사진들을 다수 수록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조선시대 문인들이 도성과 그 주변의 빼어난 경치에 감탄하며 읊었던 한시는 구전을 통해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져 그곳을 명소로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들이 스마트폰으로 블로그나 유튜브 혹은 SNS를 보고 나들이 명소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눈에 띄는 명소는 한강이다. 지금의 한강은 개발로 모습이 변했지만 그 시절에는 백사장과 함께 햇살을 마주할 수 있는 자연풍광이 돋보이는 곳이었다. 옛 문인들은 물새들의 유유자적한 모습,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 주변의 아름다운 강과 들녘 등, 아름답고 서정적인 풍경을 시 속에 담았다.
당시에는 도성 밖에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된 강남의 봉은사와 서대문에 있는 봉원사에도 많은 문인들이 찾았다. 이들의 시 속에는 사찰 풍경의 아름다움과 불공을 드리는 스님들의 모습이 담겼다. 혹은 젊은 시절 이곳에서 함께 글을 읽었던 지인과 스님들을 회상하기도 했다.
서울 근교의 아름다운 산세와 경치를 보면서, 깊은 산속 오솔길을 걸으며 산과 시에 취한 문인들은 어느덧 신선이 됐다. 산세를 따라 풍경을 바라보면서 지은 시들은 산의 경치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시는 봄비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공간이 됐고 여름의 무더위를 식혀 주었다. 가을의 단풍을 담아냈고 겨울에는 고요한 회상을 가져다주었다.
궁궐의 풍경과 일상도 시의 주제가 되었다. 임진왜란으로 불타 잡초만 무성했던 경복궁은 한때 사람들의 나들이 장소가 되었다. 조선 후기 문인들은 옛 경복궁의 사라진 위엄을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봄을 맞아 그곳을 찾는 활기찬 이들의 모습도 시로 읊었다. 이후 고종대 다시금 경복궁이 중건되면서 그들의 시 속에는 기쁨이 담겼다.
세검정은 인조반정 거사 후 이곳에서 칼을 씻었다고 해서 유래한 누정이다. 옛 사연을 간직한 곳에 찾아간 문인들은 비 오는 날 계곡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시를 지었다. 압구정은 권신 한명회가 지었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 알 수 있듯이 당대에 그는 권력을 누렸다. 하지만 후대 사람들의 시 속에서 압구정은 권력의 무상함과 부끄러운 삶의 대명사였다.
이외에도 대과 급제를 위해 공부하던 성균관 유생들의 일상, 도성 안 최고의 명소라고 불리었던 삼청동, 준천(물이 잘 흐르도록 하는 공사) 공사로 분주했던 청계천, 관왕묘를 찾아가 관우 장군의 영험한 기운으로 과거시험 합격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조선시대 서울의 문인들은 이러한 다양한 모습들을 시로 남겼다.
오늘날에도 한시로 읊었던 공간들 중 일부는 여전히 서울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들이 남긴 시와 함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문화마당 제22권 『서울의 한시』는 시민청 서울책방에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서울 소재 공공도서관과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으로도 열람할 수 있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서울의 한시』를 통해 전통시대 한시를 감상하고 옛 문인들이 담아낸 서울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많은 서울시민이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서울문화마당 시리즈를 발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