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상장사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규모가 9500억원대를 기록해 5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상장사 스톡옵션 규모는 지난 2021년 2조677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감하는 추세다. 주식 시장 침체로 스톡옵션 행사 가격이 낮아진 데다 주요 기업들의 부여 규모 역시 축소된 탓이다.
올 스톡옵션 부여 규모는 2021년 대비 약 64.2%(1조7206억원) 감소했고 같은 기간 부여 대상자도 35.5%(5753명) 줄었다.
29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11월23일까지 국내 상장사의 스톡옵션 부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스톡옵션 부여 규모는 95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1조2998억원보다 3425억원, 26%가량 줄어든 수치다. 2조6779억원으로 정점을 이뤘던 지난 2021년보다는 무려 64%가량 급감했다.
상장사 스톡옵션 규모는 지난 2019년 1조669억원을 기록한 뒤 2020년 1조4025억원으로 늘면서 상승세를 탔다. 2021년엔 2조원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2000포인트선을 오르내리던 코스피 지수가 2021년 3000포인트를 상회하는 등 주식 시장이 호황을 누렸고 IT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고급 개발 인력 유치 경쟁이 심화하면서 스톡옵션 부여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2년 주식 시장 부진 등으로 기업들의 스톡옵션 활용도가 낮아지면서 부여 대상과 규모 등이 모두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3년간 스톡옵션을 부여한 상장사는 2021년 336곳, 2022년 333곳, 2023년 292곳 등 해마다 줄고 있다.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대상자(중복 포함) 역시 2021년 1만6227명, 2022년 1만4314명, 2023년 1만474명 등으로 꾸준한 감소세다.
올해 스톡옵션 부여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셀트리온이었다. 지난해 스톡옵션 부여 규모 1위(844억원)를 차지한 셀트리온은 올해도 711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임직원들에게 부여했다.
이어 596억원의 스톡옵션을 부여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위에 랭크됐고 카카오 444억원, 커넥트웨이브 307억원, 카나리아바이오 263억원, 하이브 238억원, 루닛 185억원, 크래프톤 172억원, 펄어비스 170억원, 휴젤 162억원 순이었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체(3곳)와 IT 관련 서비스 업체(6곳)가 스톡옵션 부여 톱10을 휩쓸어 눈길을 끌었다.
반면 2021년 7138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임직원들에게 부여하며 1위에 올랐던 네이버는 지난해와 올해 스톡옵션을 일체 부여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스톡옵션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스톡그랜트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임직원에게 부여했다. 스톡그랜트는 스톡옵션과 달리 무상으로 회사 주식을 주는 인센티브 방식이다. RSU는 양도 시점을 제한해 지급하는 주식을 뜻한다.
또한 지난 2021년 1697억원의 스톡옵션을 부여한 바 있던 위메이드는 올해 93.8% 줄어든 105억원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카카오게임즈도 같은 기간 859억원에서 22억원으로 감소 폭이 컸다.
가장 많은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기업은 카카오였다. 올해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카카오 임직원은 3539명에 달했다. 카카오는 2021년 2706명, 지난해 3111명 등으로 해마다 많은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해 왔다.
카카오에 이어 노랑풍선(333명), 드림씨아이에스(199명), 와이엠티(194명) 등도 100명 이상의 임직원에 스톡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서비스 업종의 스톡옵션 부여 비중이 가장 컸다. 올해 스톡옵션을 부여한 상장사 292곳 가운데 서비스 업종은 76곳에 달했다. 뒤이어 제약·바이오 업종 70곳, IT전기전자 62곳, 의료기기 23곳 순이었다.
스톡옵션 부여 규모도 서비스 업종이 가장 많았다. 올해 서비스 업종의 스톡옵션 부여 규모는 3470억원을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2715억원이나 됐다. 두 업종의 스톡옵션 부여 규모는 6185억원으로 전체 9573억원의 3분의 2에 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