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화대학 국제관계학 교수인 『2023년』 저자 옌쉐퉁은 “2023년은 중국의 GDP가 사실상 미국을 앞지르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은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독일은 가장 강한 유럽 국가로 성장하겠지만 세계의 일극은 될 수 없고 프랑스는 독일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인도는 세계무대의 핵심세력으로 성장할 수 없고, 지금의 인도 경제에 대한 환상은 그야말로 환상일 뿐”이라고 일갈하며 “일본은 이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이 책의 핵심은 “중국이 미국을 추격해 동아시아로 세계의 중심을 이동”시키고 “미국은 패권국가로서 중국과 양자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데 있다.옌 교수는 시진핑의 집권기와 맞물린 향후 10년간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의 판도가 어떻게 다시 짜여질 것이며, 그 투톱의 판도 속에서 세계 각 대륙과 각 국의 협력과 대립의 지도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어떤 나라가 뜨고 어떤 나라가 질 것인지, 그에 따라 각국의 외교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예측했다.중국의 향후 국제 전략을 단기적인 경제적 이유에 집착하지 말고 눈에 안 보이지만 훨씬 큰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며 “도의적 현실주의”로 제시해 눈길을 끈다.이 책의 원제 ‘역사적 관성(歷史的慣性)’은 의역하면 ‘세계사 불변의 법칙’이다. ‘관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엄밀히 말해 이 책은 사회과학서이지만 학술서가 아니라 국제 정세에 대한 예측서다. 이 책에서 내다본 내용이 정확한지의 여부는 앞으로 10년의 역사가 검증할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예측
그렇다고 2023년까지 기다려야 검증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역사의 관성’이라는 제목을 붙인 데는 앞으로 10년 국제 구도의 변화가 일정한 연속성을 띠어 세계의 전반적인 흐름이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고, 중국이 경착륙이 아닌 급부상에 성공함으로써 국제 구도의 양극화가 이어져 2023년 전에 양극 구도로 정착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중국의 종합 국력은 이미 세계 2위로 도약했다. 앞으로의 10년은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결승과 같아서 최고의 난이도를 보일 것이다.중국은 평화로운 방식으로 부상을 이룬다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일을 꿈꾸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부상은 앞길이 순탄치 않다. 이 문제에 관해 이 책은 국제 구도의 양극화가 가져올 영향을 토대로 마지막 장에서 외교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이 책은 국제 구도의 발전 추이를 예측하고 있기에 중국의 국내 정치 상황을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놓는다. 많은 사람이 중국이 부상할 수 있을지 여부는 외교가 아닌 국내 정치에 달려 있으므로 국제 문제에 대한 개입을 줄이고 국내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국가가 모두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은 아니다.북유럽 국가가 가장 좋은 반증이다. 글로벌화 시대, 중국이 양극 중 한 극으로 자리매김할 10년 동안 국내 정치와 외교라는 두 개의 큰 틀은 갈수록 경계가 흐릿해질 것이고, 국제 문제가 국내 발전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커질 것이다. 같은 이치로 대외 전략에서의 실수는 중국의 부상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현재 중국의 국력이 아직 미약하기 때문에 더 강해진 다음에 국제적인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국내 문제와 마찬가지로 국제적인 갈등 역시 미룰수록 해결하기가 더 어려워진다.2010년 이후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촉발된 중국과 일본의 충돌은 국제 갈등이 빨리 손댈수록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반면 늦으면 늦을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글항아리,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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