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 기술의 미래 경쟁력 확보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한 ‘제3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2013~2022년) 수립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힌 가운데 수립절차가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에너지정의행동은 19일 현재 논의되고 있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수립절차가 2008년 진행된 1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절차나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절차에 비해 지나치게 폐쇄적이며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실제 지난 11일 2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 국회 산업위 현안질의에서 여야의원들은 단 3페이지짜리 에너지기본계획 보고를 놓고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력 항의한 바 있다.
또 다음날 열린 공청회에서도 정부는 36페이지짜리 요약본(PPT 파일)을 자료로 제출해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실제 내용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수립한 1차 에너지기본계획은 모두 180페이지 분량이었다.
8월 확정되기 8개월 전인 2007년 12월 1차 공청회, 2008년 6월 공개토론회 등을 거치면서 논의가 너무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때문에 당초 6월26일로 잡혀 있던 국가에너지위원회 회의까지 연기하면서 시민단체와 워크샵 진행, 별도의 공청회와 토론회를 다시 진행하는 등 모두 공청회와 토론회를 각각 2차례씩 진행하고 4차례에 걸친 워크샵을 통해 내용을 소통했다.특히 2007년 12월 1차 공청회 자료집은 170페이지 분량으로 사실상 1차 에너지기본계획 완안에 가까운 것이었고, 8월7일 2차 공청회에서는 180페이지짜리 완안을 갖고 정부는 핵발전 비중을 비롯한 쟁점을 설명한 바 있다.그럼에도 당시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일정에 짜맞추기 식으로 정보 공개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워크샵 진행에 대해 총체적인 문제제기를 한 바 있었다. 부족한 측면이 많았지만 이번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요약본만 갖고 단 2시간 공청회를 갖는 것과는 질적으로 달랐던 것이다.한편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절차 역시 우리의 그것과 너무나 다르다. 일본은 지난 7월부터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 기본정책분과회’를 통해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7월부터 진행된 13차례의 회의 내용은 회의요지, 의사록(속기록), 배포자료는 물론 회의 동영상까지 모두 공개되어 있다.이렇게 작성된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의견(안)’은 요약본이 아닌 완성본 형태로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달간 인터넷, 팩스, 서면질의 형태로 의견 수렴을 받고 있다.일본 내 시민사회진영에서도 일부 탈핵인사들이 위원회에 포함되지 않은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꽉 막혀 있는 우리의 의사수렴절차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에너지정의행동은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절차가 아직 법적으로 명확히 정리되어 있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기본계획 수립단계에서 공청회·설명회 등의 절차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또 수립과정에서의 논의과정에 대한 근거자료 마련, 정보공개 역시 법적인 의무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소수의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초안을 작성한 후 이 중 일부만을 공개하는 절차가 이번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이같은 측면에서 현재 부족한 법-제도를 보완하는 것과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의견 수렴을 위해 현재와 같은 요약본이 아니라 완성본 초안을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청회, 토론회 등을 다시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에너지정의행동은 주장했다.에너지정의행동은 “특히 지역주민, 산업계, 소비자, 노동조합, 학계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의견 수렴 절차는 반드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