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대 기업 신규 선임 사외이사 35.3%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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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0대 기업 신규 선임 사외이사 35.3%는 여성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1.12.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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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코써치, 작년 35명에서 올해 67명…비율 7.9%→15%
국내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 숫자가 최근 1년 두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여성 사외이사는 67명으로 비중도 처음 10% 벽을 돌파했다.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이상 배출한 기업도 절반을 넘어섰다. 22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숫자는 448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441명보다 7명 많았다. 여성 사외이사의 증가 속도는 최근 1년 새 가팔랐다. 전체 사외이사 448명 중 여성은 67명으로, 이는 작년 35명보다 두 배가량 많아졌다. 최근 1년 새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 증가율만 보면 91.4%(32명)로 수직상승했다.
100대 기업 내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도 작년에는 7.9%였는데 올해는 15%로 10% 벽을 넘어섰다. 다수의 기업들이 임기만료 등으로 물러난 사외이사 후임으로 여성을 전진 배치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속도라면 2022년 상반기 중에는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20%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448명 중 119명은 올해 처음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119명 중 여성은 42명이었다. 신규 선임 사외이사 중 35.3%가 여성으로 교체된 셈이다. 여성 사외이사를 배출한 기업 숫자도 덩달아 급증했다. 작년에는 100대 기업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한 명 이상 배출한 기업은 30곳이었다. 1년이 지난 올해는 60곳으로 많아지며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작년 3분기만 해도 100대 기업 중 70곳이 여성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이다. 여성 사외이사가 증가한 데에는 내년 8월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큰 영향을 끼쳤다. 2022년 8월부터 자산 2조원 넘는 대기업은 의무적으로 이사회 구성 시 어느 한쪽 성(性)으로만 채우지 못하도록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상장사가 2600곳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자산 2조원이 넘는 곳은 200곳이 채 되지 않는다. 이사회에 여성을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는 곳은 국내 전체 상장사 중 10%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 숫자가 가장 많았다. 사외이사 숫자는 총 8명으로, 이중 37.5%인 3명이 여성이었다. 이어 삼성전자, 한국전력(한전), S-오일, 금호석유화학도 여성 사외이사가 2명씩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오일은 사외이사 6명 중 2명(33.3%), 금호석유화학은 7명 중 2명(28.6%), 한전은 8명 중 2명(25%)이 여성이다.
100대 기업 사외이사 448명을 출생년도별로 보면 올해 만 58세인 1963년생이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60년생(31명), 1955년·1958년생(각 30명) 순으로 나타났다. 5년 단위별로는 1960~1964년생이 129명(28.8%)으로 최다였다. 1955~1959년생은 127명(28.3%)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1965~1969년생 67명(15%), 1950~1954년생 61명(13.6%) 순으로 집계됐다. 1970년 이후 태어난 사외이사는 10.5%(47명)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 7.9%보다 2.6%포인트 늘었다. 일반 임원뿐만 아니라 사외이사층에서도 1970년대생 이후 출생한 젊은 이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았다. 1950년 이전 출생자 비율은 작년 7%에서 올해 3.8%로 다소 낮아졌다. 조사 대상자 중에는 1980년대 출생한 MZ세대 사외이사도 작년 2명에서 올해 3명으로 1명 더 늘었다. 한전 방수란 이사는 1987년생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0대 기업 사외이사 중 최연소 자리를 지켰다. 정기보고서에 따르면 방 이사는 이화여대 법학과를 나와 현재 서울에너지공사 고문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방 이사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로 재선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 다른 MZ세대 여성 사외이사에는 E1 박소라(1983년생) 이사와 롯데쇼핑 전미영(1981년생) 이사다. 박소라 이사는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대 통계학 석사와 뉴욕대 회계학 박사 출신인 재원이다. 현재 이화여대 경영학부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KB저축은행 사외이사도 겸직 중인 것으로 정기보고서에 명시됐다. 전미영 이사는 서울대 박사(소비학) 출신으로 현재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과 트렌드코리아컴퍼니 주식회사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 겸 작가와 함께 오랫동안 매년 소비자 트렌드를 연구해온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00대 기업 사외이사들의 학력 등을 보면 박사급만 226명으로 50.4%를 차지했다. 작년 44.7%보다 1년 새 5.7%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100대 기업 내 사외이사 둘 중 한 명은 박사 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우가 많았다. 사외이사들의 핵심 경력을 구분해 보면 대학교수 등 학계 출신이 448명 중 205명으로 45.8%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41.7%보다 4%포인트 정도 높아진 수치다. 재계에서 비교적 전문성이 높은 교수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흐름이 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CEO 등 재계 출신 89명(19.9%), 국세청·금융감독원원·공정거래위원회·관세청·감사원·지자체 등 관료 출신 80명(17.9%),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 51명(11.4%) 순으로 조사됐다. 작년에는 재계(22.4%), 관료(19%), 법조(12.2%) 출신 비율로 높았다. 조사 대상자 중에서는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출신도 32명(7.1%)이나 됐다.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67명을 따로 살펴보면 1960년대 출생자는 36명으로 53.7%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1970년대 이후 출생자가 23명(34.3%) 순으로 많았다. 작년에는 1960년대생이 60%, 1970년 이후 출생이 25.7% 정도였다. 일반 임원과 함께 여성 사외이사도 1970년대생이 크게 늘어난 반면 1960년대생 비중은 다소 줄어든 모양새다.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서도 1970년생 이후 출생자가 돌풍을 일으켰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2022년 3월 주총에서 신규 선임되는 여성 사외이사 중에는 1970년생 이후 태어난 대학교수 중 사외이사로 영입되는 비중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올해 처음 선임된 사외이사 119명 중 38.7%(46명)가 대학교수 등 학계 출신들이었다. 대학교수 중에서도 경영·경제학 분야와 법학을 전공한 교수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범위를 넓혀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내이사(324명)와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회 멤버는 모두 772명으로, 이중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하는 여성은 사외이사 숫자보다 4명 더 많은 71명이었다. 그러나 CEO에 해당하는 여성 사내이사 숫자는 적었다. 올해 기준 100대 기업 전체 이사회에서 여성 비율은 9.2%였다. 작년 같은 기간 5.2%와 비교하면 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아직 여성 비율이 10% 벽을 깨지는 못했다. 하지만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국내 여성 이사회 비율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소속된 기업의 전체 이사 중 여성 비율은 올해 처음 30%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10년 전 미국 상장사의 여성 이사 비율만 해도 16% 수준이었다. 수치로만 보면 아직 우리나라의 여성 이사회 진출 속도는 미국보다 10년 이상 뒤처진 셈이다. 작년 기준 영국, 프랑스, 독일의 상장기업 이사회 내 여성 이사의 비율도 각각 34.3%, 43.3%, 25.2%로 우리나라 기업보다 높았다. 이중 독일은 이사가 3인 이상인 이사회의 경우 30%를 여성에 할당하도록 의무화했고 노르웨이는 임원이 9명 이상인 경우 남녀 비율을 각 40% 이상 채우도록 시행하고 있다. 이슬람이 국교인 말레이시아도 2022년 내년부터 상장기업에 최소한 한 명의 여성 이사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법을 개정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이사는 “최근 ESG경영 열풍과 내년 법 개정 시행 등을 앞두고 국내 재계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하려는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전문성과 경험을 여성 사외이사 인재후보군이 매우 적어 기업에서 마땅한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더 많은 우수한 여성 사외이사 인재를 육성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 등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다양한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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