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국내 상위 500대 기업 중 상장사 260여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났다.
전체 매출액은 662조원을 훌쩍 넘기며 전년 동기 대비 11%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영업이익은 13조원에 못미치며 70%가량 급감했다.
수출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한파’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IT전기전자 대표 기업의 실적이 급락해 실적 반토막을 견인했다.
친환경차·SUV 등의 인기 덕에 현대자동차·기아 등 자동차·부품 업계의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대기업 전체 실적 악화를 막지는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속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글로벌 경기 상황이 올해 1분기에도 여전히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보여 우려를 더하고 있다.
2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난 17일까지 실적 확인이 가능한 262곳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을 조사한 결과 전체 매출액은 662조4211억원이었다.
2021년 동기(595조4197억원) 대비 11.3%(67조14억원)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조9871억원으로 2021년 동기(41조9703억원) 대비 69.1%(28조9832억원) 급감한 실적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50조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글로벌경기 침체가 본격화됐다. 지난해 3분기 262개사의 영업이익은 34조4697억원으로 2021년 동기(52조4105억원) 대비 34.2%나 축소됐다. 이어 4분기에는 영업이익 감소폭이 더 커져 12조원대를 유지하는데 그쳤다.
업종별로는 전체 19개 업종 중 13개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해 국내 수출 산업을 주도해온 IT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IT전기전자 업종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조368억원으로 지난 2021년 동기(20조8516억원) 대비 무려 85.4%(17조8148억원)나 급락했다. 글로벌경기 둔화로 국내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휴대폰 등의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기업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4조3422억원에서 -9조7806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 불어났다. 눈여겨볼 점은 공기업의 매출액이 1년 새 13조1836억원 늘어난 것과 대조적으로 영업손실이 5조4384억원 확대됐다는 점이다. 이는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발전 공기업의 수익이 증가한 데 반해 전기요금·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차질로 한국전력(한전) 등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때문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철강(4조3621억원↓), 석유화학(3조1299억원↓), 운송(1조5703억원↓) 등 업종에서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부품 업종의 영업이익은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 자동차·부품의 영업이익은 7조5169억원으로 지난 2021년 동기(3조4277억원)보다 119.3%(4조892억원)나 확대됐다.
또한 같은 기간 조선·기계·설비 업종도 -7895억원에서 3748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조선 업계의 수주 호황이 본격화되면서 실적 개선에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식음료(2346억원↑), 에너지(1933억원↑) 등 업종도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증가했고 여신금융 업종의 영업이익도 1년 새 531억원 늘었다.
기업별로는 ‘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061억원으로 2021년 동기(13조8667억원) 대비 68.9%(9조5606억원)나 급감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실적 감소가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4분기 4조2195억원에서 지난해 동기 -1조898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올 상반기에도 영업 적자폭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외에도 한전(6조906억원↓), 포스코홀딩스(2조7937억원↓), HMM(1조4336억원↓), LG디스플레이(1조3533억원↓), 현대제철(1조481억원↓) 등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조3592억원으로 2021년 동기(1조5297억원)보다 119.6%(1조8295억원) 증가했다. 기아는 현대차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기아의 영업이익은 2021년 4분기 1조1751억원에서 지난해 동기 2조6243억원으로 123.3%(1조4492억원)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중에서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액이 1조원이 넘는 대기록을 쓴 기업은 현대차와 기아 두 곳뿐이다.
또한 한국가스공사(7050억원↑), 현대중공업(5029억원↑), 삼성생명(4598억원↑), 삼성물산(3070억원↑), 삼성SDI(2251억원↑) 등이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기업 262개사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4분 29조748억원에서 지난해 동기 23조136억원으로 20.8%(6조612억원)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