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코써치, 2024년 임원 인사 ‘E·S·P·R·E·S·S·O’에 담겼다
‘2024년 임원 인사는 에스프레소(ESPRESSO)에 담겼다’
29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연말연초 단행될 2024년 대기업 임원 인사 키워드를 일반적으로 잔이 작고 쓴맛이 다소 강한 ‘ESPRESSO’로 요약했다.
유니코써치가 제시한 ‘ESPRESSO’는 각각 조기 인사 단행(Early), 1970~1980년대 젊은 임원 약진(Seventy-Eighty), 성과에 따른 인사(Performance), 여성 임원 증가(Rise), 효율성 강화 차원에서 통합형 임원 두각(Efficiency), 임원수 축소(Scale down), 이공계 출신 두각(Science Technology), 젊은 오너 리더십 강화(Owner leadership)를 각각 의미한다.
◆ Early…주요 그룹 임원 인사 시계 빨라졌다
2024년 임원 인사의 주요 특징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주요 그룹의 인사 시계가 다소 빨라졌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LG와 삼성그룹의 인사도 지나해보다 다소 빨라진 점이 눈에 띈다.
이중 현대차그룹의 경우 통상적으로 12월 인사가 단행되는 것이 보편적인데 CEO급 인사를 한 달 정도 앞당겨 주요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하며 4대 그룹의 인사 상자를 먼저 열었다. 신임 현대제철 대표이사에는 현대차·기아 구매본부장인 이규석 부사장을 낙점했고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인 서강현 부사장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중용했다.
LG그룹도 통상 11월 마지막 주 정도에 발표해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한주 정도 앞당겨 인사가 실시됐고 삼성그룹도 CEO급 인사를 12월 초 해왔는데 한주 정도 일찍 조기에 인사를 단행했다.
이처럼 주요 그룹의 인사가 빨라진 것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점도 있지만 202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관련해 주요 그룹 총수들의 행보가 바빠짐에 따라 미리 주요 인사를 마친 것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 Seventy-Eighty…1970~1980대생 젊은 임원들의 약진
2024년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 도드라진 특징 중 하나는 1970년대생 임원들의 활약이다. 조만간 단행될 미등기임원급 승진자 중에는 1970년대 출생 임원이 다수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1970년대 출생자 중에서 신임과 승진 임원자 명단에 다수 포함될 것이란 예측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유니코써치가 2023년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100대 기업의 임원을 파악해보니 전체 임원 7345명 중에서 1970년대생 출생자는 작년 45% 수준에서 올해는 52% 이상으로 많아졌다. 재계의 주도권이 기존 1960년대생에서 1970년대생으로 확실히 넘어온 것. 1970년대 중에서도 1970~1974년생이 지난해에는 36.2% 정도였는데 올해는 40.6%로 많아졌다. 1975~1979년에 해당하는 1970년대 후반 출생자도 지난해 8.8%에서 올해는 12.2%로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이러한 흐름을 살펴보면 2024년 임원 인사에서 1970년대 출생자 중에서 발탁과 승진하는 케이스가 다수 나타날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대표적으로 최근 인사가 단행된 삼성전자에서도 처음으로 1970년생 사장이 배출된 바 있다. 주인공은 1970년생인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다. LG이노텍에서도 1970년생 문혁수 부사장이 CEO 자리에 올라섰다. CEO급은 아니지만 LG에너지솔루션에서도 1971년생 강창범 전무가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새로 맡게 됐다. 바야흐로 재계는 1970년대생이 주도하는 시대로 본격 진입한 셈이다.
1970년대생이 재계 핵심으로 자리를 잡게 됨에 따라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들도 속속 임원 자리를 꿰차고 있는 모양새다. 100대 기업 내 1980년 이후 출생 임원 비중도 지난해에는 1.5%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1.8%로 많아졌다. 인원으로 보면 105명에서 131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2024년 임원 인사에서도 IT업종에서 1980년대 출생 임원이 다수 발탁될 것으로 전망된다. 1970년 이후 출생 임원이 약진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1960년대생의 퇴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 Performance…IT업종 칼바람 vs. 車업종 잔치
매년 대기업 임원 인사의 가장 큰 기준점은 경영 성과다. 경영 실적에 따라 임원 승진 폭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른다는 인사의 기본 원칙을 적용해보면 업종에 따라 2024년 임원 인사 희비는 크게 교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자를 비롯해 IT관련 업종에서는 임원 승진자 폭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대표적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주요 전자 업체 50곳 중 80% 정도가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줄거나 아예 적자로 돌아설 정도로 경영 내실 성적은 크게 악화됐다.
실적이 좋지 않은 유통업도 임원 인사에 강한 찬바람이 불기는 매한가지다. 이미 지난 9월에 임원 인사를 단행한 신세계그룹은 계열사 임원을 40%나 갈아치울 정도로 고강도 인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러한 인사 흐름은 다른 유통 그룹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달리 자동차 업종은 영업이익이 1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고공행진했다. 주요 자동차 관련 업체 50곳 중 80% 정도가 작년 3분기 대비 올해 동기간 영업내실이 증가하거나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아와 현대차 중에서 2023년 별도와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위가 나올 가능성이 커질 정도로 IT 업종과는 경영 성적표가 크게 달랐다. 이런 실적을 감안해보면 주요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에서는 임원 승진자가 지난해보다 다소 증가할 가능성은 한층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자동차 업종을 제외하고 석유화학, 건설, 제약, 전기가스 등 다수의 업종에서 영업내실 성적이 좋지 않아 임원 승진 규모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감소할 확률이 커져 업종 간 인사 희비는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 Rise…여성 임원 상승세는 멈추지 않는다
2024년 임원 승진자 규모가 지난해 대비 줄어들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아직도 국내 대기업에 여성 임원 숫자는 적을 뿐만 아니라 ESG공시에 대비해 여성 임원을 늘리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유니코써치가 조사한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439명으로 작년보다 36명 많아졌다. 2024년 여성 임원은 460~490명 정도까지 증가할 것으로 유니코써치 측은 내다봤다.
최근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2018년 216명, 2019년 244명, 2020년 286명, 2021년 322명, 2022명 403명, 2023명 439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여성 임원 자리가 늘고는 있지만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한 상태다. 100대 기업에서 전체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5%, 2020년 4.1%, 2021년 4.8%, 2022년 5.6%, 2023년 6%로 점점 높아졌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올해 기준 100명 6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다. OECD 회원국의 평균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이 3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갈 길이 먼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IT 업종에서 차지하는 여성 임원 비중이 높은 편이다. 100대 기업 내 IT 업종 내 여성 비중이 40% 가까이 차지할 정도다. 이렇다 보니 2024년 임원 인사에서 IT 업종에 있는 회사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 임원을 발탁 내지 승진시킬지가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여기에 조선, 해운, 철강, 기계, 에너지 업종 등 여성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산업군에서도 외부에서 여성 임원을 얼마나 영입할 것인지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 Efficiency…효율적 조직 운영 위해 2개 부서 이상 통합 관리
2024년 임원 인사 규모가 줄어들고 임원 자리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직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2개 이상 부서를 관리하는 통합형 임원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러한 통합형 임원 중에는 생산이나 R&D와 같은 필드형 임원보다는 법무, 홍보, 인사노무, 총무, 전략기획 등 스텝형 임원 중에서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즉 법무와 홍보, 홍보와 전략기획, 인사와 홍보 등 2개 부서를 통합 관리할 줄 아는 멀티형 임원이 각광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비용 측면에서 2~3개 부서를 하나로 통합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한층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을 최대한 살 리가 위한 목적이 강하다.
특히 최근에는 변호사 출신이 기업에 많이 진출하면서 전통적인 법무 지원 업무와 함께 인사노무, 전략기획, 홍보 등을 두루 맡고 있는 흐름이 많아지고 있는데 내년 인사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될 양상이다.
◆ Scale down…경영 실적 악화로 전체 임원 자리 축소
2024년 임원 인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임원 자리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임원 축소의 가장 큰 이유는 경영 실적 악화가 꼽힌다. 국내 100대 기업 내 전체 임원 숫자는 2019년 6932명, 2020년 6871명, 2021년 6664명, 2022년 7175명으로 달라졌다. 2021년 대비 2022년 100대 기업 영업이익이 40% 정도까지 줄어들어 2023년 임원 자리는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오히려 올해는 7345명으로 1년 새 170명이나 임원 숫자가 더 늘었다. 역설적이게도 최근 20년 중 올해가 가장 저조한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임원 숫자는 가장 많아 대조적이다.
지난해만 해도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의 성격으로 임원 자리를 줄이는 대신 오히려 더 많이 늘렸지만 이러한 판단은 경영 악화로 악수가 되고 말았다. 통상적으로 임원이 증가하면 일반 직원 수도 많아지는데 경영실적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직원이 증가하면 인건비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2024년 임원 인사에서는 자동차 업종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군에서는 경영 성적이 나빠져 허리띠를 졸라매는 차원에서 임원 승진 폭도 줄일 뿐만 아니라 기존의 임원 자리도 축소시킬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이와 관련 유니코써치는 2024년 100대 기업 내 전체 임원 숫자는 6900~7100명대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이는 100대 기업별로 임원 자리를 평균 3~4명 정도 줄이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경영 실적이 크게 악화된 전자를 비롯해 정보통신 등 IT관련 업체의 임원 자리가 얼마만큼 줄어들 것인지가 이번 인사의 핵심 관심사로 부상됐다.
◆ Science Technolgy…신기술 주도할 이공계 출신 임원 전진 배치
올해 연말과 내년 초 단행될 임원 인사 폭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신기술을 주도하는 이공계 출신 임원은 전진 배치할 것으로 보여진다. 제조업 강세를 보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지속적인 신기술을 통해 먹거리를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임원 승진자가 지난해보다 감소하더라도 이공계 출신들은 더욱 전진 배치되고 약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은 일반 미등기임원뿐만 아니라 CEO급에서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유니코써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00대 기업 내 대표이사급 최고경영자 중 학부 기준 대학에서 이공계를 전공한 비중은 지난해 44.9%였는데 올해는 45.4%로 상승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2024년 임원 인사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최근 단행된 삼성전자 임원 인사에서 미래사업기획단 단장을 맡게 된 전영현 부회장도 전자공학도 출신이고 용석우 신임 사장도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다. 이외에 최근 승진한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사장(금속공학), LG이노텍 문혁수 부사장(화학공학), 삼성물산 이재언 사장(화학공학)도 대표적인 이공계 출신으로 꼽힌다.
◆ Owner leadership…젊은 오너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는 인사 단행
최근 1970~1980년대 젊은 오너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이들의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는 인사가 몇 년째 진행 중이다. 이들 젊은 오너들의 인사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승진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경영 색깔이 드러날 수 있는 측근 체제를 견고히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임원 인사에서 HD현대그룹 정기선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코오롱그룹 이규호 사장도 지주사 부회장으로 올라섰다. 정기선 부회장은 HD현대 그룹 총수인 정몽준 아산재산 이사장의 장남이고 이규호 부회장은 코오롱그룹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이들 부회장 모두 1980년대생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에는 1980년대생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이 부회장에 먼저 올라선 바 있다. 젊은 오너들이 임원 승진 속도가 빠른 것은 조직을 빠르게 진두지휘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나이가 젊다는 다소간의 핸디캡을 높은 직위를 통해 자신만의 경영 특색이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유가 큰 편이다.
이미 회장 자리에 오른 경우는 자기 경영 색깔이 드러날 수 있는 핵심 임원들을 전진 배치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이번 LG그룹 인사에서 구광모 회장의 경영 색깔을 좀더 드러내기 위해 기존 구본무 회장 시절부터 활약해왔던 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부회장을 퇴진시키고 젊은 경영자를 전진 배치한 것도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젊은 오너의 빠른 승진과 측근 인사는 다른 그룹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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