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재계는 임원 인사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30대 그룹에서 2025년 상반기(1월 초~6월 말) 중 공식적으로 임기만료를 앞둔 사내이사(대표이사 포함) 경영진만 해도 1100명 이상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서도 CEO급 대표이사도 500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 중에서는 카카오에서만 110여명이나 되는 사내이사급 등기임원이 내년 상반기 중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삼성을 비롯해 SK, 현대차, LG 주요 4대 그룹에서도 대표이사급 100여명이 조만간 연임과 퇴임이라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국내 30대 그룹 2025년 상반기 중 임기만료 앞둔 사내이사 현황’ 조사 결과 이같이 도출됐다고 28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지정한 대기업 집단 중 자산 순위 상위 30개 그룹이고 그룹 내 전체 계열사(상장사·비상장사)를 대상으로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등기임원에 한해 조사가 이뤄졌다. 사내이사는 기업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일원으로 미등기임원과 달리 등기임원에 해당하는 핵심 경영진에 속한다.
이번 조사에서 사내이사의 임기만료 시점은 2025년 1월 초부터 6월 말 사이로 제한했고 동일인이 2개 이상의 등기임원을 겸임하고 있을 경우에는 별도 인원으로 파악해 산정했다. 조사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명시된 공정거래위원회 공시 자료를 참고했다.
조사 결과 국내 30대 그룹에서 2025년 1월 초 이후로 공식적으로 임기가 남아있는 사내이사는 370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1145명은 내년 상반기(1월 초~6월 말) 중 기존 임기가 공식 종료될 예정이다. 3700명 정도 되는 사내이사 중 30.9%는 올 연말과 내년 초 사이 단행될 임원 인사에서 연임, 자리 이동, 퇴임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30대 그룹에서 내년 상반기 중 임기가 공식 종료되는 1100명이 넘는 사내이사 중 대표이사 타이틀을 보유한 CEO급 경영자는 515명(45%)나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몇 명이 연임에 성공할지 혹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퇴임할지 조만간 베일을 벗게 된다. 특히 임기만료를 앞둔 500명이 넘는 대표이사의 거취는 2025년 미등기임원에 대한 인사 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 단행될 2025년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삼성과 SK를 포함한 4대 그룹의 인사 변동 여부다. 이들 4개 그룹에서 내년 상반기에 임기가 공식 종료되는 사내이사 인원만 총 219명이고, 이 중 99명은 대표이사 타이틀을 가진 경영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별로 보면 SK그룹이 98명으로 임기만료를 앞둔 사내이사 수가 가장 많은데, 이 중 41명은 대표이사급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LG 51명(대표이사 26명), 삼성 39명(17명),▲현대차 31명(15명) 순으로 파악됐다.
특히 4대 그룹 중 국내 매출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사내이사 인사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진 분위기다. 현재 삼성전자 사내이사 4명 중 3명이 내년 상반기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노태문 사장, 박학규 사장,▲이정배 사장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거취가 연말 인사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한종희 부회장은 2026년 3월까지 임기가 좀더 남아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인사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어서 한 부회장의 거취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계현 사장의 당초 공식 임기는 내년 3월까지였지만 지난 5월 대표이사직에서 중도 퇴임한 바 있어 이번 단행될 이사회 인사의 변수로 작용했다. 이 외에도 삼성 그룹 계열사들에서는 삼성SDI 최윤호 대표이사, 삼성전기 장덕현 대표이사, 에스원 남궁범 대표이사 등 여러 주요 경영진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들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대표이사급 인사들은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이들의 연임 여부가 2025년 삼성의 경영 방향을 판단하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계열사 중 내년 상반기 임기가 종료되는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박원철 SKC 대표이사, 윤병석 SK가스 대표이사 등이 포함됐다.
현대차그룹 중에서는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등도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올 연말 인사 발표에 관심이 쏠린다.
LG그룹에서는 권봉석 ㈜LG 대표이사,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등이 조만간 이사회에서 연임을 시킬지 퇴임하게 될지 등이 곧 가려지게 된다. 특히 권봉석·신학철 대표이사는 부회장급이어서 두 거물급 경영자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중 임기가 공식 종료되는 사내이사가 가장 많은 그룹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카카오 그룹으로 확인됐다. 카카오 그룹의 계열사가 130여곳에 달하다 보니 내년 상반기 중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만 108명으로 최다였다. 이들 108명 중 85명은 대표이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표이사급 경영자에는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 김병학 카카오브레인 대표이사가 포함돼 있다. 이들은 내년 3월 중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연임이 결정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예정이다.
카카오 그룹 다음으로는 지난달 이미 정기 인사를 마친 한화그룹도 102명이나 되는 사내이사가 내년 상반기 중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포스코 83명(대표이사 41명), 롯데 83명(37명), GS 58명(35명), 한진 43명(16명), SM 43명(15명) 순으로 내년 상반기에 그룹 내 임기만료를 앞둔 사내이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포스코그룹에서는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이시우 포스코 대표이사 등이 내년 상반기 중 임기만료이고 롯데그룹에서는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와 이영구·이창협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등이 공식적인 임기가 끝나 새로운 임기를 보장받거나 퇴임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이사는 “올해는 특히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간판급 기업에 대한 인사 관심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경영 환경이 어려울 때는 사업의 방향을 새로 설정하고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젊은 인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인물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 연말 내년 초 단행될 CEO급 인사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강하게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