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이후 태어난 주요 오너가 320여명 중 회장(총수 포함)과 부회장 타이틀을 단 젊은 임원만 해도 올해 83명으로 작년 조사 때 64명보다 20여명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회장급만 30명을 넘어섰고 부회장급도 50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0명이 넘는 젊은 오너가 중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 젊은 오너 임원은 올해 처음으로 100명대에 진입했고, 이 중 15명은 회장과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재계서 활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젊은 오너가의 직위별로 살펴보면 ‘사장급’ 타이틀을 단 이들이 절반 수준으로 가장 많았고 여성 오너가 임원은 20%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家 임원 현황 분석’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지정한 88개 대기업 집단(그룹)을 포함한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60개 중견·중소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家) 임원이다. 조사는 정기보고서와 올해 8월 20일 이전에 임원으로 승진한 현황을 기초로 분석이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파악된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 중 임원 타이틀을 보유한 인원은 모두 318명이다. 이 중 공식적으로 명함에 ‘회장’ 직위를 기재하고 있는 오너 경영자는 30명이었다. 회장 타이틀을 따로 쓰고 있지는 않지만 공정위 지정 대기업 집단의 동일인(총수)에 해당하는 경영자까지 합치면 3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여기에 포함됐다. 장병규 의장은 공식적으로 회장 직함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 집단의 총수에 해당된다.
이번 조사에서 1970년 이후 출생한 젊은 오너가 중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 집단의 동일인에 해당하는 총수만 해도 7명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을 나이순으로 살펴보면 정의선(54세) 현대차그룹 회장, 조현범(52세)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정지선(52세)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장병규(51세) 크래프톤그룹 의장, 김남정(51세) 동원그룹 회장, 조원태(48세) 한진그룹 회장, 구광모(46세) LG그룹 회장이 포함됐다. 이 중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올해 3월에 회장 반열에 올랐고 지난 5월에는 부친인 김재철 명예회장에 이어 동원그룹 총수 지위까지 얻었다.
그룹 총수는 아니지만 88개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곳 중 회장 타이틀을 쓰고 있는 이는 4명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김남호(49세) DB 회장, 최윤범(49세) 고려아연 회장, 송치형(45세) 두나무 회장, 서준혁(44세) 소노인터내셔널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중 DB그룹은 김남호 회장의 부친인 김준기 창업회장이 공식적인 그룹 총수이고 두나무그룹은 두나무(주) 법인이 공식적으로 동일인이다. 소노인터내셔널그룹은 서준혁 회장의 모친인 박춘희 명예회장이 올해 총수로 첫 지정됐다. 고려아연은 영풍 그룹에 속하는 계열사 중 한 곳인데 현 영풍그룹 총수는 장형진 전 회장이다.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 집단을 제외한 중견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회장은 20명이었다. 이 중 올해 나이 53세인 1971년생에는 윤호중 에이치와이(hy) 회장, 이인옥 시알홀딩스, 이해영 대림비앤코, 허준 삼아제약 회장 4명이 포함됐다. 정지선 회장과 조현범 회장을 비롯해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박창호 SG, 이종원 HS화성 회장 이렇게 5명은 1972년생으로 올해 52세인 동갑내기 회장군에 속했다. 이중 김장중 회장과 박창호 회장은 창업 1세대에 속했다. 김장중 회장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는 이스트소프트를 세웠고 박창호 회장은 아스콘과 레미콘 사업 등을 영위하는 SG를 이끌고 있다.
1973년생 회장에는 김남정 회장과 장병규 의장과 함께 박종호 송원산업 회장 3명이 이름을 올렸다. 1974년생으로 올해 50세인 회장도 3명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김영진 미래엔, 김준년 삼목에스폼, 김태현 성신양회 회장이 활약 중이다. 내년에 50세를 맞이하는 1975년생도 김남호·최윤범 회장과 함께 장원영 CS홀딩스 회장까지 3명으로 확인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포함해 이수훈 덕산그룹 회장과 이승찬 계룡건설산업 회장은 1976년생으로 나이가 같았다. 이중 이수훈 회장은 1세대 벤처사업가인 이준호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작년 12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1977년생은 승현창 핸즈코퍼레이션 회장이 유일했다. 승 회장은 올해 47세이지만 회장 타이틀을 단 시점은 지난 2012년으로 10년을 훌쩍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46세로 1978년 같은 해 태어난 회장에는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이수완 덕산산업 회장과 지현욱 이지홀딩스 회장이 활동 중이다. 이 중 이수완 회장은 앞서 언급한 1976년생 이수훈 회장과 형제지간이다. 두 형제는 두 살 터울로 형인 이수훈 회장은 덕산네오룩스 등을 운영하고 동생인 이수완 회장은 덕산산업 등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수완 회장은 올해 초 회장직에 올랐다. 이외 1970년대생 중에서는 송치형 회장과 함께 최성원 동양고속 회장이 1979년생으로 같은 해 태어났다.
1980년대 출생한 회장도 3명으로 조사됐다. 이들 그룹에는 1980년생 서준혁 회장과 함께 1981년생 허승범 삼일제약 회장, 1983년생 박주환 티케이지휴켐스 회장이 포함됐다.
최근에는 1970년 이후 출생한 회장보다 부회장 직위에 오르는 오너가 임원이 눈에 띄게 늘어난 특징을 보였다. 올해 기준으로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는 오너家 임원은 이번 조사에서 52명으로 조사됐다. 작년 조사 때 39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0% 넘게 증가한 셈이다.
50명이 넘는 이번 조사 대상 부회장급 임원 중에서는 올해 50세인 1974년생인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곽동신 한미반도체,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임주현 한미약품, 서태원 디아이동일,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이 같은 해 태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자 중에는 여성 부회장도 7명 있었다. 앞서 언급된 1974년생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을 비롯해 정혜승(52세) 인지컨트롤스, 김주원(51세) DB, 임세령(47세) 대상홀딩스, 성래은(46세) 영원무역홀딩스, 조연주(44세) 한솔케미칼, 경주선(39세) 동문건설 부회장이 1970년 이후 태어난 여성 오너가 부회장 그룹군에 속했다. 이중 임세령·조연주 부회장은 3세 경영자이고 나머지 5명은 모두 2세 기업가에 속했다. 이들 중에서 누가 먼저 여성 회장 직위에 오를지도 관심사로 모아진다.
특히 1980년 이후 출생자 중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는 임원은 12명으로 1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그룹군에는 여성이면서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경주선 부회장을 비롯해 구본상(44세) 신성델타테크, 최성욱(44세) 동양고속, 양홍석(43세) 대신증권, 류기성(42세) 경동제약, 정기선(42세) HD현대, 홍정국(42세) BGF, 김동관(41세) 한화솔루션, 이규호(40세) 코오롱, 최준호(40세) 패션그룹형지, 승지수(38세) 동화기업, 서준석(37세) 셀트리온 수석부회장이 속했다.
이번 조사에서 대표이사와 의장을 포함해 사장급 CEO만 해도 157명(49.4%)으로 절반에 근접했다. 이 중 44명은 1980년 이후 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88개 대기업 집단 총수 자녀 중 대표적인 젊은 사장급에는 정유경(52세) 신세계, 이은백(51세) 삼천리, 박준경(46세) 금호석유화학, 박태영(46세) 하이트진로, 이주성(46세) 세아제강지주, 허윤홍(45세) GS건설, 홍정혁(41세) BGF, 김동원(39세) 한화생명, 김대헌(36세) 호반건설 총괄사장 등이 꼽혔다. 이들 중에서 몇 명은 2~3년 내에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임원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유경 신세계 그룹 총괄사장을 비롯해 이부진(54세)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51세) 삼성물산 사장 중 향후 누가 먼저 범삼성가 젊은 여성 임원 중 부회장 타이틀을 달게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모아진다. 이재용 회장과 정용진 회장이 나란히 회장직에 올랐기 때문에 1970년 이후 출생한 여성 임원 중 부회장 승진자는 언제 나와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에 조사된 젊은 오너가 임원 318명을 경영 세대별로 구분해 보면 2세 경영자가 175명(55%)으로 최다였다. 이어 3세 경영자는 109명(34.3%)으로 다음으로 많았고 4세 기업가는 23명(7.2%)으로 조사됐다. 창업가는 11명(3.5%)으로 파악됐다. 직위별로 보면 ‘사장급(대표이사·의장 포함)’이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부회장급(52명), 회장(총수 포함)(31명), 부사장급(19명), 전무급(15명), 상무급(12명)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이사·고문·경영리더 등) 임원도 32명으로 파악됐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970년에서 1974년 출생한 오너가 젊은 임원이 116명(36.5%)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1975~1979년생 102명(31.8%), 1980~1984년생 66명(20.8%), 1985~1989년 24명(7.5%), 1990년대생 11명(3.5%) 순으로 나타났다.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1974년생 오너가 임원이 2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1972년생과 1973년생도 각각 26명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300명이 넘는 젊은 오너가 임원 중 1980년 이후 태어난 MZ세대도 올해 조사에서 101명(31.8%)으로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젊은 임원들이 재계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다.
300명이 넘는 젊은 여성 오너 임원은 57명(17.9%)이었고 남성은 261명(82.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오너가 임원 그룹 중에서도 10명 중 8명 넘게 남성으로 채워져 성비(性比) 차이는 여전히 컸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일반적으로 전문경영인이 회장과 부회장·사장 등 CEO급 반열에 오르려면 20~30년 동안 치열한 경쟁을 통해 올라야 하지만 최근의 젊은 오너들은 경영 수업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해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사장과 부회장까지 오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처럼 초스피드 승진이 이뤄지는 배경에는 나이가 젊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핸디캡을 높은 직위를 통해서라도 조직을 빠르게 장악하고 사업을 스피드하게 이끌어감과 동시에 대외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인 다른 기업 오너와 인사의 격을 어느 정도 맞추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