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무 詩의 온도](76) 술에 취해
작은 것도 꼼꼼히 살피면 그 속의 세계 무한하고 小玩纖娛境亦恢
낡은 발 틈 스민 햇살 눈이 부시네 敗簾篩旭眼花猜
안간힘 쓰는 창가의 벌, 다리 때문에 조악하고 牕蜂屭贔麤因脚
아롱아롱 어항의 붕어, 아가미 놀림 기묘하네 盆鯽玲瓏妙在腮
하루라도 취중 황홀경 노닐지 않을 수 없고 一日那無遊酒國
일생 동안 책무더기 파묻혀 살아야지 百年吾欲隱書堆
닮은 모양 잊어버리고 참된 뜻만 드러내고자 只求寫意忘其似
밀랍 곱게 다져 새로이 품자매(品字梅) 만드네 鑄蠟新成品字梅
『아정유고 2』 (재번역)
[한정주=고전연구가] 이덕무는 자기 주변에 존재하는 사소하고 하찮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을 통해 인간과 사물의 본질 그리고 세계와 우주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안목을 갖추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보통 사람에게는 아무 볼품 없어 보이는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데 탁월한 재주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일상과 주변의 작은 것들을 세심하게 바라보며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 이덕무 시의 원리가 바로 거기에 있다.
세심하게 바라보며 세밀하게 관찰하여 그 본질과 이치를 꿰뚫고 시적으로 묘사하는 것, 이덕무 시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작은 것 속에 거대한 것이 있고 거대한 것 속에 작은 것이 있으며 작은 세계 속에 큰 세계가 있고 큰 세계 속에 작은 세계가 있다는 것, 이덕무의 시에 나타나는 작은 것의 아름다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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