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주=역사평론가] 武王曰(무왕왈) 家無三耗(가무삼모)나 而不富者(이불부자)는 何如(하여)닛고 太公曰(태공왈) 人家(인가)에 必有一錯(인가필유일착)과 二誤(이오)와 三痴(삼치)와 四失(사실)과 五逆(오역)과 六不祥(육불상)과 七奴(칠노)와 八賤(팔천)과 九愚(구우)와 十强(십강)하여 自招其禍(자초기화)요 非天降殃(비천강앙)이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집안에 세 가지 소모하는 것이 없는데도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태공이 말하였다. “그 집안에는 반드시 첫째 어긋남이 있습니다. 둘째 그릇됨이 있습니다. 셋째 미련함이 있습니다. 넷째 잃음이 있습니다. 다섯째 거스름이 있습니다. 여섯째 상서롭지 못함이 있습니다. 일곱째 부림이 있습니다. 여덟째 천박함이 있습니다. 아홉째 어리석음이 있습니다. 마지막 열 번째로 뻔뻔스러움이 있습니다. 재앙은 스스로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하늘이 재앙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은 결코 피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의 뜻은 하늘이 내린 재앙은 요행을 바랄 수 있지만 스스로 쌓은 악행(惡行)과 악업(惡業) 때문에 겪게 되는 재앙은 요행을 바랄 수 없다는 얘기이다. 태공은 여기에서 사람이 스스로 집안에 불러들이는 재앙 열 가지를 말하고 있다. 어긋남, 그릇됨, 미련함, 잃음, 거스름, 상서롭지 못함, 부림, 천박함, 어리석음, 뻔뻔스러움이 그것들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어긋남이고, 그릇됨이고, 미련함이고, 잃음이고, 거스름이고, 상서롭지 못함이고, 부림이고, 천박함이고, 어리석음이고, 뻔뻔스러움인가. 태공은 바로 다음 문장에서 그 내용에 대해 말하고 있다.武王曰(무왕왈) 願悉聞之(원실문지)하나이다 太公曰(태공왈) 養男不敎訓(양남불교훈)이 爲一錯(위일착)이요 嬰孩不訓(영해불훈)이 爲二誤(위이오)요 初迎新婦不行嚴訓(초영신부불행엄훈)이 爲三痴(위삼치)요 未語先笑(미어선소)가 爲四失(위사실)이요 不養父母(불양부모)가 爲五逆(위오역)이요 夜起赤身(야기적신)이 爲六不祥(위육불상)이요 好挽他弓(호만타궁)이 爲七奴(위칠노)요 愛騎他馬(애기타마)가 爲八賤(위팔천)이요 喫他酒勸他人(끽타주권타인)이 爲九愚(위구우)요 喫他飯命朋友(끽타반명붕우)가 爲十强(위십강)이니이다 武王曰(무왕왈) 甚美誠哉(심미성재)로다 是言也(시언야)여.
(무왕이 말하였다. “원하건대 그 내용을 모두 듣고 싶습니다.” 태공이 말하였다. “자식을 기르면서 가르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어긋남입니다. 어린아이를 훈계하지 않는 것이 두 번째 그릇됨입니다. 처음 신부를 맞이하여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 것이 세 번째 미련함입니다. 말하기 전에 먼저 웃는 것이 네 번째 잃음입니다.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이 다섯 번째 거스름입니다. 밤에 알몸으로 일어나는 것이 여섯 번째 상서롭지 못함입니다. 다른 사람의 활을 가지고 활쏘기를 좋아하는 것이 일곱 번째 부림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거느리고 말 타기를 좋아하는 것이 여덟 번째 천박함입니다. 다른 사람의 술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 아홉 번째 어리석음입니다. 다른 사람의 밥을 먹으면서 친구들에게 먹으라고 주는 것이 열 번째 뻔뻔스러움입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참으로 아름답고 진실하도다! 이 말씀이여!)
태공이 무왕에게 가르친 ‘스스로 집안에 재앙을 불러들이는 열 가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어긋남이다. 집안의 자식들을 제때 교육시키지 않으면 자라면서 어긋나게 된다는 뜻이다. 자식이 어긋나는 일보다 더 큰 집안의 재앙이 어디에 있겠는가. 둘째는 그릇됨인데 집안의 자식들이 잘못했는데도 꾸짖거나 타일러서 깨우쳐주지 않으면 자라면서 그릇되게 된다는 뜻이다. 자식이 그릇되게 되는 일보다 더 큰 집안의 재앙이 어디에 있겠는가. 셋째는 미련함이다. 신부에게 제대로 된 생활습관, 즉 검소함과 근면함을 처음부터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다면 게으르고 사치하게 된다는 뜻이다. 아내가 게으르고 사치하는 일보다 더 큰 집안의 재앙이 어디에 있겠는가. 집안 살림을 맡은 아내가 게으르고 사치해 집안에 재앙을 불러들이는 일이야말로 미련함 중의 가장 미련한 일이라는 얘기다. 넷째는 잃음이다. 말하기 전에 먼저 웃게 되면 말하는 사람은 실없게 되고 듣는 사람은 기분이 상하게 되어 서로 믿음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뜻이다. 한쪽은 실없는 사람이 되고 한쪽은 기분이 상해 말의 믿음을 잃어버리는 일보다 더 큰 집안의 재앙이 어디에 있겠는가. 다섯째는 거스름이다. 자식들이 늙은 부모를 봉양하지 않으면 자식은 부모를 거스르게 되고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거스르게 되어 끝내 질서가 무너지고 불화하게 된다는 뜻이다. 집안의 질서가 무너지고 가족 간에 불화하는 일보다 더 큰 집안의 재앙이 어디에 있겠는가. 여섯째는 상서롭지 못함이다. 밤에 알몸으로 일어난다는 것은 곧 주색(酒色)질에 빠져 음란 방탕한 생활을 즐기거나 아니면 몸가짐과 행동거지를 제멋대로 한다는 뜻이다. 집안사람 중 누군가 음란 방탕한 생활을 즐기고 몸가짐과 행동거지를 제멋대로 하는 일보다 더 상서롭지 못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마도 ‘스스로 집안에 재앙을 불러들이는 열 가지’ 가운데 가장 심한 집안의 재앙이라고 할 것이다. 일곱째는 부림이다. 다른 사람의 활을 가지고 활쏘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활쏘기를 할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할 예절을 거스르고 예법에 어긋나게 행동한 탓에 재앙을 불러 다른 사람의 부림을 당하게 된다는 뜻이다. 고대 중국의 관습과 도덕 혹은 예절과 예법을 집대성해놓은 경서인 『예기』를 읽어보면 사례(謝禮)와 사의(謝義)라고 해서 활을 쏘는 것은 반드시 예의와 예법에 맞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의 활을 가지고 활쏘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예절과 예법을 해치는 무례한 행동이다. 예절과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즐거워하고 예법을 거스르는 행동을 일삼는 사람은 금령(戒令)을 범하는 까닭에 자칫 신분을 잃고 집안은 몰락하는 재앙을 입기 쉽다. 다시 말해 노비로 전락해 다른 사람에게 부림을 당하는 신세가 된다는 뜻이다. 여덟째는 천박함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거느리고 말타기를 좋아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활을 가지고 활쏘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예의를 거스르고 예법에 어긋나는 무례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수시로 예의를 거스르고 예법에 어긋나는 무례한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것보다 더 천박한 짓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 집안이 아무리 권력이 있고 부유하다고 해도 무례하고 천박하다면 반드시 재앙이 찾아오게 되어 있다. 아홉 번째는 어리석음이다. 다른 사람의 술을 마시면서 또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은 술로 인해 자신도 망치고 다른 사람도 망치기 때문에 재앙 중에서도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열 번째는 뻔뻔스러움이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다른 사람의 밥을 먹는 일은 무위도식(無爲徒食)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것으로도 모자라 다른 친구들에게까지 먹으라고 주는 것은 부끄럽다 못해 뻔뻔스러운 짓이라는 뜻이다. 부끄러운 일을 하는 것도 재앙인데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한 채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부끄러운 일을 퍼뜨리는 뻔뻔한 짓을 하면서도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