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인문학] 제16강 안의편(安義篇)…의로움에 편안하라③
[한정주=역사평론가] 蘇東坡云(소동파운) 富不親兮貧不疎(부불친혜빈불소)는 此是人間大丈夫(차시인간대장부)요 富則進兮貧則退(부즉진혜빈즉퇴)는 此是人間盡小輩(차시인간진소배)니라.
(소동파가 말하였다. “부유하다고 해서 친하지 않고 가난하다고 해서 멀리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바로 대장부이다. 부유하다고 해서 가까이하고 가난하다고 해서 멀리한다면 그 사람은 진실로 소인배이다.”)
당나라와 송나라 시대 명문장가(名小文章家)를 가리켜 ‘당송팔대가’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앞서 언급한 적이 있다. 한유, 유종원, 구양수, 소순, 소식, 소철, 증공, 왕안석 등 8명이 당송팔대가라는 사실도 이미 언급했다. 당송팔대가 중 한 사람인 소식이 바로 소동파이다. ‘동파’는 호이고 이름이 ‘식’인데 사람들에게는 ‘소식’보다는 ‘소동파’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어쨌든 ‘부귀와 빈천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대장부와 소인배를 알 수 있다’는 소동파의 말은 반고가 지은 역사서인 『후한서』 <송홍열전(宋弘列傳)>의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후한 초 광무제 때 사람인 송홍은 정직한 성품과 온후한 성격 그리고 청렴결백한 처신으로 사람들에게 큰 존경을 받았다. 그는 광무제 때 높은 벼슬에 올라 크게 출세했다. 당시 광무제에게는 혼자 몸이 된 손위 누이 호양공주(湖陽小公主)가 있었다. 광무제는 항상 과부가 된 호양공주의 불운한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때문에 자신의 신하들 중 마땅한 배필을 찾아서 결혼을 시키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광무제는 호양공주와 대화를 나누다가 호양공주가 송홍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호양공주가 송홍의 인품과 재능을 크게 칭찬했기 때문이다. 이에 광무제는 송홍과 호양공주를 맺어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광무제가 자신의 뜻을 이루는 데는 한 가지 큰 난제가 있었다. 송홍에게는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송홍을 부른 다음 그의 속마음을 떠보기 위해 은근하게 이렇게 말했다. “속담에 사람은 지위가 높아져서 고귀해지면 친구를 바꾸고, 부유해져서 부자가 되면 아내를 바꾼다고 하였소. 짐이 보건대 이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인데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오?” 광무제가 말을 끝맺자마자 송홍은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신은 ‘빈천(貧賤)할 때 사귄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되고[貧賤之交(빈천지교 不可忘(불가망)]’, ‘술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면서 어려움을 함께 한 아내는 집밖으로 내쫓지 않는다[糟糠之妻(조강지처) 不下堂(불하당)]’고 들었다.” 송홍의 말은 지위가 높아져서 귀해졌다고 해도 가난하고 천할 때 사귄 친구와의 의리를 배반해서는 안 되고 또한 부유해져서 부자가 되었다고 해도 가난한 시절 고생과 어려움을 함께 한 아내와의 의리를 배신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송홍의 지조와 의리에 탄복한 광무제는 결국 송홍을 호양공주와 맺어주려고 했던 마음을 포기했다. 이렇게 본다면 송홍은 ‘부유하다고 해서 친하지 않고 가난하다고 해서 멀리하지 않아야 대장부라고 할 수 있다’는 소동파의 말에 딱 들어맞는 대장부 중의 대장부라고 하겠다. 또한 소동파와 송홍의 말을 비교·해석해 보면 친구와 부부 관계에서도 제16강의 주제인 ‘의(義)’, 즉 ‘의리 혹은 의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부귀와 빈천에 따라 마음을 바꾸지 않은 것’, 이것이야말로 친구와 부부 사이에서 반드시 간직하고 지켜야 할 의리 혹은 의로움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저작권자 © 헤드라인뉴스(Headlin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