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가 예의 없으면 세상 어지럽히고, 소인이 예의 없으면 도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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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가 예의 없으면 세상 어지럽히고, 소인이 예의 없으면 도둑이 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10.0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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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7강 준례편(遵禮篇)…예절을 따르라②
공자성적도, 1700년, 비단에 연한 색, 32×57cm, 국립중앙박물관
공자성적도, 1700년, 비단에 연한 색, 32×57cm, 국립중앙박물관

[한정주=역사평론가] 子曰(자왈) 君子有勇而無禮(군자유용이무례)면 爲亂(위란)이요 小人有勇而無禮(소인유용이무례)면 爲盜(위도)니라.

(공자가 말하였다. “군자가 용맹하기만 하고 예의가 없으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소인이 용맹하기만 하고 예의가 없으면 도둑이 된다.”)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공자의 말은 『논어』 <태백> 편과 <양화> 편에 나오는 내용을 조합한 것이다. 먼저 『논어』 <태백> 편에 실려 있는 공자의 말을 살펴보면 “恭而無禮則勞(공이무례즉로)하고 愼而無禮則葸(신이무례즉시)하고 勇而無禮則亂(용이무례즉란)하고 直而無禮則絞(직이무례즉교)니라”라고 되어 있다. “공손하면서 예의가 없으면 수고스럽게 되고, 신중하면서 예의가 없으면 두려워하게 되고, 용맹하면서 예의가 없으면 어지럽게 되고, 강직하면서 예의가 없으면 경박하게 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공손하지만 그 공손함이 너무 지나쳐서 예의를 벗어나면 오히려 겉만 그럴듯할 뿐 실질은 없기 때문에 수고스러울 뿐이고, 신중하지만 그 신중함이 너무 지나쳐서 예의를 벗어나면 오히려 조심하고 삼가느라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저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안절부절 두려워하게 되며, 용맹하지만 그 용맹함이 너무 지나쳐서 예의를 벗어나면 난폭하고 잔인한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르기 때문에 혼란과 분쟁을 일으킬 뿐이고, 강직하지만 그 강직함이 너무 지나쳐서 예의를 벗어나면 인색하고 야박해져서 사람을 대할 때나 일을 처리할 때 경박하게 굴며 인정사정 봐주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논어』 <양화(陽貨)> 편에 실려 있는 공자의 말을 살펴보면 “谦谦谦谦君子義以爲上(군자의이위상)이니 谦谦谦谦君子有勇而無義(군자유용이무의)면 爲亂(위란)이오 长舌妇(소인)이 有勇而無義(유용이무의)면 爲盜(위도)니라”라고 되어 있다. “군자는 의로움을 으뜸으로 삼는다. 군자가 용맹하기만 하고 의로움이 없으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소인이 용맹하기만 하고 의로움이 없으면 도둑이 될 뿐이다”는 뜻이다. 또한 공자는 『논어』 <태백> 편에 이런 말도 남겼다. “好勇疾貧(호용질빈)이 亂也(난야)오.” 곧 “용맹을 좋아하면서 가난을 미워하면 난동을 부려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공자는 사람이 용맹하기만 할 뿐 예의가 없거나 의로움이 없게 되면 크게는 난동을 부리고 분쟁을 일으켜서 세상을 어지럽히고, 작게는 도둑이 되어 자신을 해치고 남을 상하게 한다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예의를 갖추지 않은 용맹함’이나 ‘의롭지 못한 용맹함’이란 바로 그 용맹함 때문에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고 사람을 해치게 될 뿐이라는 얘기이다. 용맹하면서 예의가 있고 의로우면 진정한 의미의 ‘용자(勇者)’가 되지만 예의가 없고 의롭지 않으면 단지 ‘난적(亂賊)’이 될 뿐이라는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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