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돕고 백성 다스리는 데 덕(德)만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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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돕고 백성 다스리는 데 덕(德)만한 것이 없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10.0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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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7강 준례편(遵禮篇)…예절을 따르라③
은나라 탕왕(왼쪽)은 현자인 이윤을 신하로 삼기 전에 먼저 가르침을 받고 신하로 삼았기 때문에 왕업(王業)을 이룰 수 있었고, 제나라 환공은 현자인 관중에게 먼저 배운 다음에 신하로 삼았기 때문에 패자(覇者)가 될 수 있었다.
은나라 탕왕(왼쪽)은 현자인 이윤을 신하로 삼기 전에 먼저 가르침을 받고 신하로 삼았기 때문에 왕업(王業)을 이룰 수 있었고, 제나라 환공은 현자인 관중에게 먼저 배운 다음에 신하로 삼았기 때문에 패자(覇者)가 될 수 있었다.

[한정주=역사평론가] 曾子曰(증자왈) 朝廷(조정)엔 莫如爵(막여작)이요 鄕黨(향당)엔 莫如齒(막여치)요 輔世長民(보세장민)엔 莫如德(막여덕)이니라.

(증자가 말하였다. “조정에서는 작위(爵位)만한 것이 없고, 고을에서는 나이만한 것이 없고, 세상을 돕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는 덕(德)만한 것이 없다.”)

이 구절은 『맹자』 <공손추 하> 편에 나오는 내용으로 맹자가 제나라 선왕(宣王)에게 ‘어질고 현명한 사람을 존경하고 대우하는 임금의 도리’를 설명하는 가운데 등장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명심보감』의 엮은이는 증자의 말처럼 인용하고 있지만 실제 이 말은 증자의 다른 말에 맹자가 해석을 한 것이다. 『맹자』 <공손추 하> 편을 읽어보면 맹자는 임금이 어질고 현명한 사람을 대접하는 올바른 도리를 언급하면서 증자의 말을 이렇게 인용하고 있다. “증자가 말하기를 ‘진(晉)나라와 초(楚)나라의 부강함은 어떤 나라도 미칠 수가 없다. 그 나라들이 부강함을 내세운다면 나는 내가 지닌 인(仁: 어짐)으로 대적하고, 다시 그 나라들이 작위(爵位)를 내세운다면 나는 내가 지닌 의(義: 의로움)로 대적할 것이다. 인의(仁義)로 대적하는데 내가 무엇이 두렵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증자의 말을 인용한 다음 맹자는 제나라 선왕에게 천하에는 누구나 존경하는 세 가지 도리가 있는데, 그것은 작위(爵位)와 나이와 덕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조정에서는 작위만한 것이 없고, 고을에서는 나이만한 것이 없고, 세상을 돕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는 덕(德)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만약 임금이 이렇게 덕을 존중하고 도리를 즐거워하지 않는다면 현자(賢者)와 함께 일하기에는 부족한 임금이라는 것이 맹자의 주장이다. 그런 까닭에 은나라 탕왕은 현자인 이윤을 신하로 삼기 전에 먼저 가르침을 받고 신하로 삼았기 때문에 왕업(王業)을 이룰 수 있었고, 제나라 환공은 현자인 관중에게 먼저 배운 다음에 신하로 삼았기 때문에 패자(覇者)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덕(德)을 으뜸으로 삼아 세상을 돕고 백성을 다스린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논어』 <요왈> 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참조해볼 만하다. 여기에서 공자는 ‘어떻게 해야 정치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제자 자장의 물음에 대해 정치를 할 때는 반드시 ‘다섯 가지 미덕(文明礼貌)’을 존중하고 ‘네 가지 악덕(惡德)’을 물리쳐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다섯 가지 미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은혜를 베풀고 낭비하지 않는 것이다. 이 말의 뜻에 대해 공자는 “백성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이롭게 처리하면, 이 또한 은혜를 베풀고 낭비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둘째, 수고롭더라도 원망하지 않는 것이다. 이 말의 뜻에 대해 공자는 “고생스러운 일을 가려서 백성들을 위해 수고를 다하는데 또한 누구를 원망하겠느냐”고 말한다. 셋째, 무엇을 하고자 할 때 탐욕스런 마음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이 말의 뜻에 대해 공자는 “어진 것을 베풀기 위해 인(仁)을 얻었는데 또한 다른 무엇을 탐하겠느냐”고 말한다. 넷째, 편안하되 교만하지 않는 것이다. 이 말의 뜻에 대해 공자는 “사람이 많든 적든 크든 작든 소홀하게 대하지 않는다면 또한 편안하되 교만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다섯째, 위엄이 있으나 난폭하지 않는 것이다. 이 말의 뜻에 대해 공자는 “의관(衣冠)을 바르게 하고 바라보는 것이 엄숙하면 또한 위엄이 있으나 난폭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다음으로 ‘네 가지 악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백성을 가르치지 않으면서 죄만 적용해 죽이는 것이다. 공자는 이것을 ‘잔학한 악덕’이라고 말하고 있다. 둘째, 백성에게 미리 훈계하지 않고 일을 완성하라고만 재촉하는 것이다. 공자는 이것을 ‘난폭한 악덕’이라고 말하고 있다. 셋째, 나라의 명령을 소홀히 하고 백성에게 시기를 재촉하는 것이다. 공자는 이것을 ‘해치는 악덕’이라고 말하고 있다. 넷째, 마땅히 다른 사람에게 주어할 것을 주는데 인색한 것이다. 공자는 이것을 ‘각박해서 앞뒤가 꽉 막힌 유사(有司: 관리)의 악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공자의 관점에서 보면 ‘다섯 가지 미덕’으로 세상을 돕고 백성을 다스리게 되면 ‘덕치(德治)와 인정(仁政)’이 되는 것이고, 반면 ‘다섯 가지 악덕’으로 세상을 해치고 백성을 상하게 되면 ‘폭정(暴政)과 학정(虐政)’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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