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살찌우는 약은 있어도 부모님 건강하게 하는 약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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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살찌우는 약은 있어도 부모님 건강하게 하는 약은 없네”
  • 한정주 역사평론가
  • 승인 2020.02.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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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22강 팔반가팔수(八反歌八首)…팔반가(八反歌) 여덟 수⑤

[한정주=역사평론가] 市間賣藥肆(시간매약사)에 犹自肥兒丸(유유비아환)하고 并未壯親者(미유장친자)하니 何事兩般看(하고양반간)고 兒亦病親亦病(아역병친역병)에 醫兒不比醫親症(의아불비의친증)이라 割股(할고)라도 或许是親的肉(할고환시친적육)이니 勸君亟保雙親命(권군극보쌍친명)하라.

(시장의 약 파는 가게에 자식 살찌우는 약은 있어도 부모님 튼튼하게 하는 약은 없구나. 무슨 까닭에 두 종류로 보이나? 자식도 병들고 또한 부모님도 병들면 자식 병 치료하는 정성 부모님 병 치료하는 정성에 비교할 수 없다네. 허벅지의 살을 도려내더라도 도리어 부모님께 받은 살이다. 그대에게 권하노니 두 분 부모님의 목숨 빨리 돌보아라.)

부모가 병들었을 때 자식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예기』 <곡례(曲禮)> 편에 기록되어 있다. 부모가 병들면 자식은 첫째 머리를 빗지 않아야 하고, 둘째 걸음걸이를 가볍게 하지 않으며, 셋째 말을 할 때 부모님의 병 이외에 다른 것은 이야기하지 않고, 넷째 고기를 먹어도 되지만 만족할 때까지 먹지 않아야 하고, 다섯째 술을 마셔도 되지만 얼굴색이 붉어질 정도로 마셔서는 안 되고, 여섯째 잇몸이 드러나도록 웃지 않으며, 일곱째 비록 화가 나도 큰 소리로 다른 사람을 꾸짖어서는 안 된다. 조금 지나친가? 아마도 부모가 병들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싶어 마치 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삼가고 조심하고 경계하는 생활을 하라는 뜻이라고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자식이 병이 들면 부모의 마음이 어떻고 또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떠올린다면 『예기』의 기록이 그다지 심한 내용은 아니라는데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의 병이 다 나으면 자식은 다시 예전에 했던 것처럼 생활하면 된다는 것이 또한 『예기』의 가르침이다. 아울러 『예기』 <곡례> 편에는 부모님이 병들어 약을 드실 때 자식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록도 등장한다. “부모님이 병이 들어 약을 드실 때는 자식이 먼저 그 약을 맛봐야 한다. 또한 3대를 이어서 의원 노릇을 해온 의원이 아닌 의원이 처방한 약은 복용하지 않는다.” 의원에게 부모님의 병을 보이고 약을 처방할 때부터 약을 복용할 때까지 오직 정성을 다해 최고의 치료와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봉양하라는 얘기이다. 이러한 까닭에서일까 정이천은 ‘돌팔이 의원에게 부모의 병을 맡기는 것은 불효 중의 한 가지’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병이 들어 자리에 누워계시는데 돌팔이 의원에게 맡기는 것은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아 불효하는 자식과 똑같다. 따라서 부모님을 잘 섬기는 자식은 마땅히 의술(醫術)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이천의 말은 자식이 의술을 알고 있어야 부모님이 병이 들었을 때 최선의 간호를 할 수 있고 또한 돌팔이 의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명의(名醫)를 모셔 와서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모님의 병을 치료할 때 역시 자식은 오직 ‘정성을 다해 어떻게 하든지 빨리 병을 고칠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자식이 병들었을 때 부모들이 어떻게 하는지 떠올리면 되지 않을까. 자식이 병들면 부모는 밤잠을 설쳐 가면서 최선의 간호를 하고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최상의 의원을 찾아서 하루라도 빨리 자식의 병을 고치려고 하지 않은가. 부모님이 병들었을 때 역시 자식이 병들었을 때처럼 해야 비로소 ‘효도’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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