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고 붉은 한양 나무 서리 무늬 끼었는데 冷紅京樹著霜紋
삐걱삐걱 빈 배 노 젓는 소리 부산하네 霍霍空船櫓響勤
오리 밖 물결은 눈 깜짝 할 사이 핀 꽃이요 頃刻花惟鳧外浪
말 머리 구름은 갑자기 날아온 봉우리네 飛來峯是馬頭雲
짚신에 튕기는 고운 돌 어느 때나 다하려나 鞋彈錦石何時了
부채를 때리는 금빛 모래 하루 종일 시끄럽네 扇拍金沙竟日紛
강가 주막에서 옷 갈아입고 성곽 향해 재촉하니 水店更衣催趁郭
오랜 여행 다시 돌아온 나그네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旋歸久旅得無欣
『아정유고 2』(재번역)
[한정주=역사평론가] 비평가들은 이덕무의 시를 가리켜 ‘기궤첨신(奇詭尖新)’하다고 말한다. 기이하고 괴이하고 날카롭고 새롭다는 뜻이다.
‘기궤첨신’의 네 글자만 봐도 이덕무가 얼마나 이전 시대와 다른 새로운 시를 썼는지 짐작할 수 있다. 기이하고 괴이하다는 말은 곧 익숙하게 봐 왔던 시가 아니라는 뜻이고, 날카롭고 새롭다는 말은 곧 이전의 시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덕무의 초기 작품을 비평한 청나라의 이조원은 『한객건연집』에 실린 99수 중에서 이 시를 가리켜 “새롭고 독특한 경지에 올랐다”고 했다.
이조원은 당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시인이었다. 그가 본 한시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새롭고 독특한 경지에 오른 작품이라는 비평은 이 시가 그가 일찍이 봤던 그 어떤 시와도 다른 시의 세계를 열었다는 평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새롭고 독특했을까. 이조원과 더불어 이덕무의 작품을 비평한 또 다른 청나라 지식인 반정균은 특별히 이 시를 가리켜 명구(名言) 중의 명구라고 말했다.
‘물결, 구름, 발길, 모래’ 등 한강 주변의 실경(實景)을 시적으로 형상화하여 묘사하는 이덕무의 시풍과 작법이 일찍이 그 어떤 시에서도 보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