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편찬원은 일제강점기 제작된 사진엽서 속에 담겨있는 궁궐 전각들과 그것의 훼손 과정을 알 수 있는 『이미지로 읽는 근대 서울』 제1권 「궁궐의 훼철과 박람회」를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미지로 읽는 근대 서울』은 매년 순차적으로 발간 예정인 연작 5권 중 첫 번째 책이다. 일제강점기 발행된 서울과 관련된 사진엽서, 팸플릿, 소책자 등의 이미지 자료들을 통해 시민들이 좀 더 직관적이고 쉽게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연구 작업이다.
『이미지로 읽는 근대 서울』에 담긴 사진과 그림 자료들은 그 당시 서울의 모습과 생활상을 담고 있다. 오늘날처럼 손쉽게 사진이나 영상을 찍거나 편집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진엽서, 팸플릿, 소책자 등에 담긴 이미지들은 당대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다만 당시 만들어진 이미지 자료에는 생산자와 사용자의 시각과 의도가 투영돼 있다.
제1권에 담긴 내용은 「궁궐의 훼철과 박람회」다. 일제 침략 이후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의 변화상을 비롯해 일제가 자신들의 식민통치를 자랑하고 조선의 ‘발전’하는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1915년 개최했던 조선물산공진회와 1929년에 열렸던 조선박람회 관련 사진엽서 400여장을 수집·정리했다. 쇠락한 대한제국 황실의 모습과 궁궐들의 전각의 이미지를 담았다. 또한 일제강점기 총독부의 시정 홍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세운 전시관들의 이미지를 담았다.
일제의 침탈이 이뤄지던 당시 서울의 궁궐을 바라본 일본인들의 시각은 조선인들과 달랐다. 일본인들에게 그곳은 관광지였고, 박람회를 열 수 있는 넓은 공간이었다. 즉 이 시기 일본인들이 제작한 사진엽서에는 그러한 인식이 내재돼 있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들은 이 시기 만들어진 사진엽서를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일본인들의 의도와 인식을 읽어내야 한다.
경복궁 경회루와 향원정을 배경으로 기생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엽서에는 당시 일본인들에게 비치는 조선의 이미지 중 하나인 ‘기생의 나라’를 부각시키고 성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일본을 ‘남성적’으로, 조선을 ‘여성적’으로 이미지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하겠다.
『이미지로 읽는 근대 서울』 시리즈는 이러한 인식 아래 기획됐고 사진엽서들과 함께 관련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해제 원고를 실어 이미지에 들어있는 인식과 의도를 읽어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시민들의 흥미와 이해를 돕기 위해 일제강점기 사진엽서 속 풍경을 2022년 오늘날의 동일한 장소와 구도로 40건을 재촬영했 함께 수록했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이 책을 통해 사진엽서 속에 담긴 당시 일본인들의 시각과 의도를 오늘날의 시각에서 읽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오늘날에도 첨예하게 갈리는 한일 사이 역사 인식의 근본 원인을 읽어낼 수 있는 실마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로 읽는 근대 서울』 제1권 「궁궐의 훼철과 박람회」는 서울 주요 공공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으며 서울시청 지하 1층의 시민청에 있는 서울책방에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으로도 열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