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신동빈 회장이 줄곧 부정비리 척결을 강조했음에도 현직 사장이 연루된 비리사건이 불거지자 재계 안팎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영(令)이 먹히질 않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8일 경찰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0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12층 옥상에서 배관작업을 하던 황모씨가 배관뚜껑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제2롯데월드 공사장 관련 안전사고만으로도 벌써 네 번째다.
123층 555m 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는 이명박 정부의 허가과정에서부터 온갖 특혜설이 제기되는 등 뒷말이 무성했다.
특혜설은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는 또 안전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6월 거푸집이 추락하면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가 하면 10월에는 철제 파이브가 지붕에 떨어져 시민이 부상을 당하고 시설이 파손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2월에는 고층부 월드타워동 47층 철골 용접기 보관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4개월 간격으로 세 차례의 안전사고에 이어 이번에는 화재 발생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사망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이들 사고는 조기개장·조기완공을 목표로 공기를 단축하려다 벌어진 인재라는 시각이 강하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사고로 제2롯데월드의 임시개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도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임시개장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임시개장을 허용했다가 또다시 이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해 시민이 다치기라도 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면서 “고층부 공사를 진행하면서 저층부를 조기개장을 할 경우 어떻게 안전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지난 2월과 같이 고층부에서 화재라도 발생한다면 속수무책이라는 게 관계 당국의 우려다.
경찰청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 사고라는 말을 듣고 또 화재가 발생한 것인 줄 알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초고층 건물 화재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 측은 여전히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사실 롯데그룹의 이 같은 안전 불감증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의 비리 불감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신 회장은 취임 이후 정책본부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개선실의 역할을 강화했다. 계열사 비리에 대한 감사업무와 시스템 개선에 의욕을 보인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10월 롯데그룹의 골목상권 침탈 등 불공정행위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제외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이후 신 회장은 사장단 회의 때마다 부정비리 척결과 공정거래문화에 유독 집착했다고 그룹 고위 임원은 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임직원의 잘못된 행동이나 언행이 그룹의 이미지와 신뢰를 손상시키고 회사와 고객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면서 “시스템을 보완하고 임직원의 마인드를 근본적으로 변화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강하게 지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최근 신헌 롯데홈쇼핑 사장이 연루된 비리사건이 터지자 신 회장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격노했다고 한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만 안절부절 못하는 형국”이라며 “최근 롯데그룹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사건사고들을 보면 ‘회장 말 따로 임직원 행동 따로’의 전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