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인문학] 제20강 부행편(婦行篇)…덕행을 갖춘 여성이 되라⑧
[한정주=역사평론가] 賢婦(현부)는 和六親(화육친)이요 佞婦(영부)는 破六親(파육친)이니라.
(현명한 부인은 육친을 화목하게 하고, 간악한 부인은 육친을 파멸시킨다.)
현명한 부인이 집안에 끼치는 덕목 중에서도 가장 큰 덕목은 다름 아닌 ‘가족 사이의 화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간악한 부인이 집안에 끼치는 악덕(惡德) 가운데에서 가장 큰 악덕은 바로 ‘가족 사이의 불화’라고 할 것이다. 앞서 살펴봤던 반소가 지은 『여계』의 마지막 제7장은 시가의 형제자매들과 화목하게 지내는 도리를 밝히고 있는 <화숙매장>이다. 여기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아내가 집안 식구들과 화목하면 서로 헐뜯는 일이 덮어지고 안과 밖의 정이 멀어지면 서로의 허물이 드러난다. 이것은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반소는 부인이 교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집안사람의 화목을 해치게 되고, 반대로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집안사람의 화목을 두텁게 한다고 했다. 또한 부인의 교만함이 집안에 가득하게 되면 아름다움은 덮어지고 허물은 드러나며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소리가 안팎에 널리 퍼져서 부끄러움과 욕됨을 더하게 되는 반면 부인의 겸손함이 집안에 가득하게 되면 아름다움을 빛나게 하고 허물은 숨기며 서로 미워하는 일도 없고 또한 싫어하는 일도 없게 되어 영화로움과 명예로움을 더하게 된다고 했다. 부인이 집안사람을 화목하게 하는데 있어서 ‘교만함’보다 더 큰 악(惡)이 없고 ‘겸손함’보다 더 큰 선(善)은 없다는 주장이다. 반소의 관점에서 보면 육친을 화목하게 하는 부인의 현명함은 다름 아닌 ‘겸손함’이라고 하겠다. 인효문황후의 『내훈(內訓)』 가운데 ‘친척과 화목하게 지내는 도리’를 밝히고 있는 제17장 ‘목친장(睦親章)’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서 인효문황후는 이렇게 말한다. “남편이 어짊을 베푸는 데는 반드시 친척과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먼저이고, 친척과 화목하게 지내는 일은 반드시 아내의 내조가 있어야 한다. 아내는 어질고 인자하고 너그럽고 후하고 은혜를 펴고 베푸는 것을 흡족하게 하여야 한다. 선행은 아무리 작아도 기억하고 허물과 잘못은 아무리 작아도 기억해서는 안 된다. 작은 선행을 기억하면 의리가 크게 밝아지고, 작은 허물과 잘못을 기억하지 않으면 참소와 간악함이 그칠 것이다. 참소와 간악함이 그치면 서로 친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온전해지고, 친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온전해지면 은혜와 의리가 잘 갖추어지게 된다. 은혜와 의리가 잘 갖추어지게 되는데 어떻게 화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반소에게 육친을 화목하게 하는 부인의 현명함이 ‘겸손함’이라고 한다면 인효문황후에게 육친을 화목하게 하는 부인의 현명함이란 바로 ‘어질고 인자함’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육친을 상하게 하는 부인의 간악함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것은 ‘사나움’과 ‘잔혹함’이다. 사마광은 『가범』에서 이렇게 말한다. “역사를 보면 사나운 부인으로 말미암아 육친을 갈라놓고 집안을 혼란하게 만든 못나고 어리석은 남편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사나운 아내가 끼치는 피해는 크고도 크다.” 이러한 까닭에서일까. 유향의 『열녀전』에 역사상 ‘간악한 부인의 사례’로 등장하는 여인 치고 육친을 상하게 하지 않는 여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예를 들어 은나라의 폭군 주왕의 부인 달기(妲己)는 주왕의 숙부 비간을 죽여 심장을 꺼냈고, 주나라 유왕의 부인 포사는 왕후와 태자를 폐하여 내쫓았고, 위(衛)나라 선공(宣公)의 부인 선강(宣姜)은 전 부인 이강(夷姜)의 아들인 태자 급자(伋子)는 물론 자신의 아들 수(壽)까지 죽음에 이르게 했다. 심지어 제나라 여인 동곽강(東郭姜)은 음란함과 잔혹함으로 말미암아 죽은 남편 당공(棠公)과 재가한 남편 최저(崔杼)와 자신의 오빠 동곽언(東郭偃)의 집안까지 무려 세 집안을 멸망시켰고, 그 자신은 물론 자신이 낳은 두 명의 자식들까지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게 했다. 이렇게 보면 “간악한 부인은 육친을 파멸시킨다”는 『명심보감』의 문장은 단순히 훈계하는 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인들에게 역사상 실제로 있었던 수많은 사례와 사건들을 가리켜 반드시 삼가고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을 준엄하게 경고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저작권자 © 헤드라인뉴스(Headlin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